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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바람이 꽃을 돌보는 산, 거창 감악산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바람이 꽃을 돌보는 산, 거창 감악산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처음 이 풍경을 보면 꽃보다 먼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다음엔, 하늘 아래 너무도 천천히 돌아가는 거대한 바람개비 하나. 거창 감악산의 가을은 그렇게 시작된다. 산이라는 말은 대개 오르막과 숨부터 떠올리게 하지만, 이곳은 조금 다르다. 해발 높은 능선 위에 보랏빛 아스타국화가 넓게 펼쳐지고, 그 곁에서 풍력발전기가 묵묵히 날개를 돌린다. 꽃은 짧고, 바람은 오래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는 오래 가는 것이 더 쓸쓸하지 않다. 오히려 짧게 피는 꽃들이 있어서, 바람의 시간도 덜 외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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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 아스타국화(사진=최치선 기자)

 

감악산 아스타국화 군락은 정상부 일대에 조성돼 가을이면 보랏빛 물결을 만들고, 풍력단지와 함께 이국적인 장면을 완성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사진보다 먼저 마음이 찍힌다. 멀리 겹쳐지는 산줄기, 바람에 눕지 않고 끝내 피어 있는 꽃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저어 가는 흰 날개를 보고 있으면, 삶도 어쩌면 이런 방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서두르지 말 것, 너무 쉽게 꺾이지 말 것, 자기 자리에서 자기 계절을 끝까지 살아낼 것.

 

그래서 감악산은 단순한 꽃 명소가 아니다. 바람이 센 곳일수록 꽃은 더 단단하게 핀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산이다. 이 한 장의 풍경 앞에서 우리는 잠깐 멈추고,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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