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강화읍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조양방직은 먼저 낡은 표정으로 사람을 맞는다. 회색 콘크리트 벽, 벗겨진 질감, 공장 같기도 하고 폐허 같기도 한 마당 위에 뜬금없이 서 있는 소 조형물. 그런데 한참 보고 있으면 알게 된다. 이곳의 주인은 커피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을. 조양방직은 1933년 국내 자본으로 세워진 강화의 인견 공장이었고, 한때 지역 섬유산업의 흐름을 바꿨던 공간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공장은 멈췄고, 이후 다른 용도를 거쳐 폐공장으로 남았던 자리가 지금의 카페 겸 문화공간으로 다시 숨을 쉬고 있다.
사진 속 조형물들이 유난히 재미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양방직은 벽을 새로 칠해 과거를 지우는 대신, 오래된 골조와 작업대, 거친 외관을 남겨둔 채 골동품과 생활 오브제를 겹겹이 얹었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은 예쁘다기보다 수상하고, 정돈됐다기보다 살아 있다. 천장 높은 실내에 들어서면 공장 동선 같던 긴 통로가 그대로 카페의 중심이 되고, 빛나는 전등과 화분, 낡은 의자와 소품들이 한데 섞여 묘한 연극 무대를 만든다. 사람들은 음료를 마시러 왔다가도 결국 자기 기억 속 어느 시절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조양방직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복원”이 아니라 “방치의 미학을 견딘 태도”라고 느꼈다. 너무 말끔하면 추억은 관광지가 되지만, 조금 거칠게 남겨두면 시간은 비로소 사색이 된다. 여기선 녹슨 철제도 장식이고, 버려졌을 법한 물건도 표정이 된다.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앉아 있노라면, 사람도 결국 이렇게 살아남는 게 아닐까 싶다. 완벽하게 새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닳은 자리에 빛이 스미는 방식으로. 강화 조양방직은 그래서 카페라기보다, 오래된 하루를 천천히 다시 보게 만드는 한 권의 사집첩이었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시간이 커피를 마시는 곳, 강화 조양방직](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b02b7ec0-2812-438a-b9c0-5fbc02b51637/00-legacy-cover-1378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