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외국인 관광객을 붙잡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바다만 보고, 야경만 보고 돌아가던 여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의 골목과 축제, 생활문화와 소비까지 묶어 머무르게 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에서 열린 ‘투어리즘 비즈 브릿지’는 바로 그 변화를 보여준 자리였다. 부울경 관광이 이제는 단일 명소 경쟁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를 잇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관광공사 부산울산경남지사는 지난 2일 부산 KT&G 상상마당에서 외국인 지역관광 활성화를 겨냥한 ‘2026 투어리즘 비즈 브릿지: 관광 오픈이노베이션’을 열었다. 행사에는 라인페이 대만, 무인양품, 알리바바닷컴, 현대백화점 같은 국내외 기업과 클룩, 케이케이데이, 트레이지 등 관광 플랫폼, 지역 관광업계와 소상공인까지 150개사, 230여 명이 참석했다. 규모만 놓고 봐도 단순 설명회라기보다, 부울경 관광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실전형 비즈니스 장에 가까웠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협업 제안’ 세션이었다. 22개 기업이 직접 무대에 올라 콘텐츠를 제안하고 함께할 파트너를 찾았다. 온라인 여행사는 부산 일상관광, 로컬마을 콘텐츠, 초광역 관광루트 같은 아이디어를 꺼냈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지역 자원과 연결되는 상생형 상품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자체와 관광 스타트업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함안 낙화놀이, 한류 콘서트, 서핑과 러닝을 결합한 융복합 상품 등 지역색이 뚜렷한 제안이 잇따랐다. 유명 관광지 하나로 승부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한 지역의 결을 어떻게 외국인 눈높이에 맞게 다시 엮을 것인가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이어진 비즈니스 미팅은 더 현실적이었다. 사전 매칭 방식으로 기업과 기관, 지역 파트너들이 연쇄 상담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찾아가는 팝업 모델이나 유네스코 세계유산 연계 초광역 관광상품 같은 구체적 협업안도 논의됐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관광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실제 결제와 예약, 현장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져야 힘을 얻는다. 이번 행사가 지역 관광의 ‘콘셉트 발표회’에 머물지 않고 실증사업 확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부울경 관광은 이제 상품화와 유통 구조까지 함께 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울경 관광의 강점은 원래부터 분명했다. 부산은 해양도시의 속도와 국제행사 인프라가 있고, 울산은 산업도시 바깥의 생태와 강변 풍경이 살아 있으며, 경남은 해안과 섬, 전통축제와 지역 문화 자원이 촘촘하다. 문제는 이 자원들이 따로 움직였다는 데 있었다. 이번 행사는 그 흩어진 점들을 선으로 잇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 도시를 찍고 돌아가는 여행보다, 결제와 이동이 편하고 지역 체험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루트형 여행이 훨씬 매력적이다. 결국 관광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더 깊이 스며들려면, 볼거리보다 연결 방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부산 한 도시의 흥행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오느냐보다, 그들이 어디까지 이동하고 어디에서 돈을 쓰며 어떤 기억을 안고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는 부울경 관광의 방향을 꽤 분명하게 보여준다. 더 넓게 묶고, 더 지역적으로 파고들고,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 관광의 무게중심이 랜드마크에서 지역의 생활권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관광은 이제 사진 몇 장 남기고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결제, 이동, 체험, 소비, 체류가 한 흐름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지역에 돈이 남고 사람이 남는다. 부산에서 시작된 이번 실험은 그 상식을 다시 확인했다. 부울경 관광의 다음 승부처는 더 화려한 명소가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를 지역의 안쪽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느냐다. 관광의 길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지역 상권과 골목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