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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터진 경주…지금 안 가면 1년 기다린다

보문호부터 대릉원 돌담길까지 봄 절정

달리고 걷고 머무는 도시, 경주가 다시 붐빈다

김보라 기자
벚꽃 터진 경주…지금 안 가면 1년 기다린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이번 주말 경주는 도시 전체가 꽃길이 됐다. 호수는 분홍빛으로 번졌고, 돌담과 고분 능선 위로는 벚꽃이 쏟아졌다. 봄을 보러 간다는 말이 이렇게 정확하게 들어맞는 곳도 드물다. 지금 경주는 한두 곳의 명소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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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보문관광단지 벚꽃길(제공=경주시)

 

경주의 봄은 먼저 보문관광단지에서 속도를 낸다. 보문호를 따라 이어지는 벚꽃길은 차창 밖으로만 스쳐 지나가기엔 아까운 풍경이다. 물가를 따라 걷다 보면 꽃은 수면에 내려앉고,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린 잎이 호수 가장자리를 가볍게 쓸고 지나간다. 인근 보문정은 축 늘어진 수양벚꽃으로 또 다른 표정을 만든다. 화려하다기보다 단정하고, 소란스럽다기보다 오래 바라보게 되는 봄이다. 첨성대와 동부사적지 일대는 더 특별하다. 천년 유적 곁으로 벚꽃이 번지는 장면은 경주에서만 가능한 풍경이다. 꽃은 잠깐이지만, 유적은 오래 남아 그 짧은 절정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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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벚꽃(제공=경주시)

 

요즘 가장 발길이 몰리는 곳은 대릉원 돌담길과 황리단길 일대다. 전통 기와 담장과 고분 능선, 벚꽃이 한 화면에 겹치고, 그 길 끝에는 카페와 식당, 골목 상점들이 이어진다. 사진 한 장 찍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걷고 쉬고 먹고 머무는 체류형 봄 여행이 완성되는 구간이다. 올해 대릉원 돌담길 축제도 이 흐름에 힘을 보탰다. 낮에는 거리예술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밤에는 벚꽃 라이트가 길 전체의 표정을 바꿨다. 축제 기간 대릉원 돌담길은 차량 통제를 통해 보행 중심 공간으로 운영돼, 꽃길을 더 가까이 누릴 수 있는 봄의 거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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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전역 벚꽃 만개 주말 봄꽃 절정(제공=경주시)

 

벚꽃의 열기는 기록으로도 확인됐다. 4일 열린 제33회 경주벚꽃마라톤대회에는 1만5000여 명이 참가했고, 25개국 600여 명의 외국인이 함께 달리며 경주의 봄을 즐겼다. 보문단지와 도심 벚꽃길을 잇는 코스는 달리기 대회이면서 동시에 가장 화려한 계절 여행이 됐다. 경주는 단지 꽃이 예쁜 도시가 아니라, 계절 하나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머물게 하는 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경주의 봄은 늘 짧다. 그래서 더 선명하고, 그래서 더 사람을 서두르게 만든다. 보문호의 물빛, 첨성대의 실루엣, 대릉원 돌담길의 벚꽃 터널, 황리단길의 북적임까지. 지금의 경주는 ‘어디를 갈까’가 아니라 ‘어디부터 걸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도시다. 올봄 한 번은 꼭 경주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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