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봄은 늘 비슷하게 오는 듯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해마다 한 번씩 사람을 놀라게 한다. 올해 구례가 그랬다. 사흘 동안 20만명이 몰린 2026 구례300리 벚꽃축제는 끝났지만, 진짜 장면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주말, 서시천과 섬진강 일대에서는 만개한 벚꽃이 흩날리며 또 한 번 가장 화려한 봄을 보여줄 전망이다.
전남 구례군의 봄은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구례300리 벚꽃길은 총연장 129㎞로 알려진 국내 최장 벚꽃길이다. 서시천체육공원을 중심으로 오산 사성암 주변, 문척면·간전면·토지면으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벚꽃이 길게 이어져, 한 지점의 축제가 아니라 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봄 무대처럼 작동한다. 올해 축제도 지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열렸고, 무료로 운영되며 낮과 밤을 아우르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번 축제가 특히 호응을 얻은 이유는 ‘보는 축제’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벚꽃야행은 서시천 벚꽃길에 야간 경관조명을 더해 낮과는 전혀 다른 표정의 봄밤을 만들었고, 멍때리기 대회와 다른 그림 찾기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은 축제의 속도를 한층 부드럽게 바꿨다. 벚꽃 키링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등 체험 부스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렸고, 피크닉 공간으로 꾸며진 텐트 구역에서는 도시락을 펴놓고 봄을 즐기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걷고, 쉬고, 다시 이동하는 흐름이 구례 축제의 가장 큰 힘이었다.
구례 벚꽃의 매력은 ‘길’에 있다. 보통 벚꽃 명소가 한 공원이나 한 하천변에 집중된다면, 구례의 벚꽃은 섬진강 물길과 지리산 자락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차창 밖으로 분홍빛이 끊기지 않고, 잠시 차를 세우면 강과 산, 마을과 꽃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서시천에서는 걷는 맛이 좋고, 섬진강변으로 나가면 드라이브의 리듬이 살아난다. 사성암, 화엄사, 쌍산재 같은 구례의 대표 명소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축제를 단순한 계절 행사가 아니라 여행 코스로 완성시킨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축제가 끝난 뒤에도 봄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구례 벚꽃길은 이번 주말까지 화려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개한 꽃이 절정에 이른 뒤에는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낙화가 시작되는데, 이 시기의 풍경은 활짝 핀 벚꽃과는 또 다르다. 가지 끝의 꽃송이보다 길 위를 덮는 꽃잎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축제의 북적임을 피하고 싶다면 오히려 지금이 걷기 좋은 때다. 행사장보다 조금 떨어진 강변과 마을 구간으로 들어가면, 소란 대신 구례 특유의 느린 봄을 만날 수 있다.
구례의 벚꽃은 짧다. 그래서 더 멀리서도 사람이 몰린다. 사흘간 20만명이 다녀간 이유도 결국 그 짧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봄은 매년 오지만, 같은 바람과 같은 꽃비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번 주말 구례는 축제의 열기보다 더 조용하고, 만개보다 더 깊은 장면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벚꽃을 보러 가는 길이 아니라, 봄이 흩어지는 순간을 만나러 가는 길. 지금 구례가 딱 그렇다.
축제는 끝났지만 구례의 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서시천을 따라 천천히 걷고, 섬진강변을 따라 차를 달리다 보면 꽃은 결국 풍경이 아니라 기억이 된다. 이번 주말, 가장 먼저 지는 벚꽃을 보러 구례로 향해도 늦지 않다.

![[특집] 섬진강 환상의 벚꽃길...이번 주말엔 꽃비가 쏟아진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795ebe40-0f7b-4c8e-b320-4d293aeb8a4e/00-legacy-cover-1377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