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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에 85m 슬라이드 열렸다

94m 전망대서 미끄럼틀 타고, 아이는 암벽 오르고

사우나·찜질방·어린이 물놀이장까지 잇따라 개방

환경교육과 체험관광 결합한 이색 공간

김보라 기자
서산에 85m 슬라이드 열렸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산에 봄나들이 지형을 바꿀 만한 새 공간이 문을 열었다. 높은 전망대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고, 아이들은 실내 암벽을 오르며, 한쪽에서는 자원순환을 놀이처럼 배운다. 충남 서산시가 친환경 자원회수시설에 조성한 어드벤처 슬라이드와 어린이 암벽시설 운영을 시작하면서다. 기존에 산업시설이나 기반시설로만 여겨지던 공간이 가족 체험형 관광지이자 생활형 여가 공간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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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제공=서산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전망대와 슬라이드다. 이 시설의 전망대는 높이 94m다. 어드벤처 슬라이드는 전망대 3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며 길이는 85m에 이른다. 실내 어린이 암벽시설은 전망대 2층에 마련됐다. 전망대 2층 체험홍보관에서는 터치스크린 영상을 통해 올바른 쓰레기 처리 방법을 배우고, 자원순환 개념을 놀이 형식으로 익힐 수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신나는 체험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환경교육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들어 있다.

 

이곳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체험시설이 여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서산시는 사우나와 찜질방, 수심 25㎝의 어린이 물놀이장을 시범운영 뒤 4월 11일부터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운영 시간은 월요일과 명절 당일 등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주변영향지역 주민과 65세 이상 시민,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은 이용요금 감면도 받을 수 있다. 단순한 관광 포인트가 아니라, 주민 편익시설로서의 성격을 함께 갖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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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제공=서산시)

 

서산시가 이 공간을 설계한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자원회수시설의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고, 주민이 실제로 찾는 편익시설과 체험관광 기능을 결합해 지역의 새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서산시가 공개한 시책 자료에도 이 시설은 폐열을 활용한 주민편익시설과 전망대, 어드벤처 슬라이드, 실내 어린이 암벽을 연계 운영하는 모델로 제시돼 있다. 즉, 단순히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을 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과 방문객이 직접 체감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행정 실험인 셈이다.

 

규모도 적지 않다. 이 자원회수시설은 2025년 12월 준공됐고, 총사업비 1054억원이 투입됐다. 하루 최대 200t의 생활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광역소각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소각 과정에서 나온 폐열로 전력을 생산해 판매하는 구조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보도에서도 시는 체험관광형 자원회수시설을 서산의 대규모 신규 시설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기반시설에 관광과 에너지 활용 개념을 덧입힌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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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물놀이(제공=서산시)

 

흥미로운 점은 이 시설이 벌써 관광 동선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서산시는 올해 시티투어 코스를 기존 2개에서 3개로 확대 개편하면서 자원회수시설 전망대를 새 코스에 포함시켰다. 시티투어 탑승객은 전망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행정이 스스로 이 공간을 관광 자산으로 판단하고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해미읍성, 간월암, 유기방가옥 같은 전통 관광자원과 함께 자원회수시설 전망대를 묶는 구상은 꽤 이색적이다. 도시 이미지가 전통과 자연경관에만 기대는 시대를 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시도가 오래 살아남으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먼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높이 94m 전망대와 85m 슬라이드, 어린이 체험시설, 물놀이장과 사우나가 함께 돌아가는 구조인 만큼 운영 밀도와 관리 수준이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또 환경교육 공간이 단순 전시로 머무르지 않고 실제 체험 콘텐츠로 이어져야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 평가받게 될 대목이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를 보면 서산시는 처음부터 주민편익과 관광, 환경교육을 한 공간에 묶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공개 자료를 토대로 한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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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회수시설(제공=서산시)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이곳의 매력은 의외성에 있다. 흔히 아이와 함께 찾는 여행지는 놀이공원이나 자연휴양지, 체험농장 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서산의 이 공간은 도시 기반시설이라는 전혀 다른 출발점에서 가족형 체험 공간을 만들어냈다.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순간의 속도감, 암벽을 오르는 아이들의 표정, 그리고 자원순환을 배우는 체험까지 한곳에 모인다. 체험과 교육, 휴식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엮인다는 점에서 꽤 독특한 장소다.

 

서산은 지금 이 공간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시의 필수시설은 꼭 보이지 않는 곳에만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환경은 꼭 딱딱한 설명으로만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서산의 답은 조금 다르다. 전망대와 슬라이드, 물놀이장과 체험관, 사우나와 휴식 공간을 붙여 누구나 찾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자원회수시설은 더 이상 도시의 뒤편 시설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생활형 명소가 될 수도 있다. 봄의 서산이 보여주는 가장 낯설고도 흥미로운 장면은 아마 그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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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제공=서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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