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준시
전국날씨날씨 불러오는 중…
2010.5~현재 · 누적 방문자 집계 중

이 기사를 다른 언어로 읽어보세요

트래블아이에서 저장한 영어·일본어·중국어 번역본을 언어별 주소로 불러옵니다.

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아이슬란드 빙하...푸른 얼음 앞에서 말을 잃었다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아이슬란드 빙하...푸른 얼음 앞에서 말을 잃었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아이슬란드의 빙하 위에 처음 발을 올렸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춥다’가 아니었다. 조용하다는 느낌이었다. 바람 소리도, 사람들 발밑의 아이젠 소리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더 큰 침묵이 있었다. 하늘빛을 머금은 얼음은 산도 아니고 강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눈밭도 아니었다. 수천 년의 시간이 느리게 눌러 만든 푸른 결. 그 위를 걷는다는 건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아니라 시간 위를 건너는 일에 가까웠다.

 

아1.jpg
아이슬란드 남부빙하(사진=최치선 기자)

 

빙하는 가까이서 볼수록 더 신기하다. 멀리서 보면 그저 거대한 흰 덩어리 같지만, 막상 올라서면 얼음 사이사이에 깊은 틈이 열려 있고, 안쪽은 놀랄 만큼 푸르다. 왜 빙하가 파랗게 보이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얼음이 오랜 시간 압축되면서 공기가 빠지고 특정 파장의 빛만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푸른빛은 예쁜 색이라기보다 오래 견딘 시간의 색에 가깝다. 설명을 듣고 나니 더 놀라웠다. 아름다운 것은 대개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빙하가 말해주는 듯했다.

 

걷는 일은 생각보다 조심스러웠다. 사진으로 보면 넓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실제 빙하트래킹은 가이드와 함께 움직여야 하고 아이젠, 헬멧 같은 장비가 꼭 필요하다. 틈은 깊고, 표면은 미끄럽고, 날씨는 금세 바뀐다. 그런데 그 긴장감이 오히려 여행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선명해졌다. 우리는 평소 너무 쉽게 많은 길을 걷는다. 하지만 빙하 위에서는 발을 내딛는 일조차 생각이 된다.

 

dk3.jpg
아이슬란드 남부빙하트래킹(사진=최치선 기자)

 

아2.jpg
팔요쿨 빙하 -바트나요쿨 국립공원 스카프타펠 지역(사진=최치선 기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얼음 동굴 안쪽의 빛이었다. 차갑고 어두운 공간인데, 어딘가에서 스며든 푸른 빛이 동굴 벽을 조용히 적시고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차가운 것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오히려 따뜻한 감정을 만나는 일. 여행은 자주 그런 반전을 준다.

 

아이슬란드의 빙하는 장엄했지만, 내게는 거대한 자연보다 작은 깨달음으로 남았다. 서두르지 않고 오래 견딘 것만이 가질 수 있는 결이 있다는 것. 사람의 시간도 그렇지 않을까. 금세 빛나는 것보다 오래 버틴 마음이 더 깊고 더 푸르게 남는다는 것을, 그날 빙하 위에서 조금 알게 되었다.

 

아5.jpg
빙하동굴(사진=최치선 기자)

 


 

KEEP EXPLORING

이어서 읽을 여행기사

검색하거나 + 버튼을 눌러 같은 섹션의 기사를 계속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