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포르투갈 호카곶에 서면 가장 먼저 바다가 보인다. 유럽의 끝이라는 이름답게, 더는 물러설 땅이 없는 자리다. 절벽 아래로 밀려드는 파도와 끝없이 열린 대서양, 그리고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언덕. 누구나 이곳에서는 풍경부터 보게 된다. 그런데 그날 내 마음을 끝내 붙잡은 것은 바다가 아니라, 호카곶 표지석과 유럽 최서단 마을 까보다로까 앞에 서서 기타를 치던 한 남자였다.
그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이 몰려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곁을 지나도, 그는 그저 자기 자리에서 천천히 줄을 튕겼다. 바람은 거셌고, 해는 조금씩 기울고 있었는데, 그 남자의 노래는 이상하게도 풍경보다 더 오래 남았다. 잘 다듬어진 공연장도 아니고, 박수를 기다리는 무대도 아닌데, 그 소리는 땅끝의 저녁과 꼭 어울렸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바람과 함께 서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생각해보면 여행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거대한 명소보다 뜻밖의 한 장면일 때가 많다. 호카곶의 절경도 분명 아름다웠지만, 내게 이곳은 ‘기타 치는 남자가 있던 땅끝’으로 남았다. 바다 앞에서 사람은 대개 작아지는데, 그는 작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와 나란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 부러웠다. 세상의 끝에서조차 자기의 리듬을 잃지 않는 사람. 바람이 불어도, 해가 져도, 누가 보든 말든 자기 노래를 계속하는 사람.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다. 기타 소리는 멀리 퍼지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위로였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땅끝 같은 순간을 만난다. 더는 갈 곳이 없다고 느끼는 날, 마음이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저녁. 그런데 그날 호카곶에서 나는 알게 됐다. 그런 순간에도 누군가는 기타를 치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바다는 여전히 저만치에서 빛난다는 것을.
그래서 그 저녁은 풍경보다 사람으로 기억된다. 땅끝에서 만난 한 남자의 기타 소리. 어쩌면 여행은 멀리 가서 새로운 세상을 보는 일이 아니라, 낯선 누군가의 한 장면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슬쩍 건네받는 일인지도 모른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포르투칼 호카곶...땅끝에서 들려온 한 곡의 위로](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80562213-0513-4db9-ab07-257f5fad5e64/00-legacy-cover-1377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