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오타루의 밤은 멀리서 볼수록 더 깊었다. 가까이에서는 건물의 불빛이고 도로의 가로등일 뿐일 텐데, 산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검은 바다를 향해 길게 흘러가는 불빛, 골목마다 촘촘히 박힌 주황빛 숨결, 그리고 그 사이를 조용히 메우는 어둠. 오타루의 야경은 화려하다기보다 따뜻했다. 누군가 일부러 빛을 세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루를 살아낸 흔적이 도시 전체에 남아 반짝이는 듯했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잊었다. 여행지의 야경은 종종 감탄을 먼저 부르지만, 오타루의 밤은 이상하게도 생각을 먼저 데려왔다. 저 불빛 하나하나 아래에도 저마다의 저녁이 있었을 것이다. 늦게 문을 닫는 가게, 하루 장사를 마친 사람의 한숨, 창가에 기대어 바다를 보는 누군가의 침묵. 멀리서 보면 모두 점으로 보이지만, 그 점마다 각자의 사연과 온기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오래 붙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도시가 밤이 되어서야 더 솔직해진다는 점이다. 낮에는 관광지라는 이름으로 분주하던 곳이, 밤에는 비로소 제 속마음을 꺼내 보인다. 오타루도 그랬다. 운하와 유리공예, 초밥과 낭만이라는 익숙한 이름 뒤에 숨겨져 있던 진짜 얼굴은, 이 높은 곳에서 본 야경 속에 있었다. 반짝이는 불빛은 도시의 자랑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이었다. 그래서 더 아름다웠고, 그래서 더 애틋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그 장면이 오래 남았다. 어쩌면 여행은 새로운 곳을 보는 일이 아니라, 낯선 풍경 속에서 오래 잊고 있던 내 마음의 속도를 다시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타루의 밤은 그렇게 말없이 가르쳐주었다. 빛은 잠시 반짝이고 사라지지만, 그 빛을 바라보던 마음은 생각보다 오래 꺼지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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