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공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 도시는 이미 달아오르고 있다. 고양 덕양구 일대가 보랏빛 조명과 거리 연출로 먼저 관객을 맞고, 공연장 밖에서는 먹고 머물고 돌아보는 체류형 여행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4월 고양은 콘서트를 보러 가는 도시가 아니라, 공연을 핑계로 하루 더 머무르게 되는 도시를 노리고 있다.
고양특례시 덕양구는 2026년 4월 ‘고양콘’의 시작을 알리는 ‘BTS 월드 투어 아리랑’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 조성과 방문객 맞이를 위한 경관 연출과 홍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덕양구청 인근 가로수길에는 가로등 배너기가 걸렸고, 화정동 부근 가로수길 경관조명은 보랏빛으로 연출됐다. 청사 외벽 대형 현수막과 인스타그램, 키오스크, 디지털 사이니지까지 동원한 온오프라인 홍보도 이어지고 있다. 공연 전부터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바꾸겠다는 뜻이 읽힌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대형 콘서트에 머물지 않는다. 고양시는 지난달 행정지원계획 보고회를 열고,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 하루 약 4만명, 3일간 총 12만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교통과 안전, 현장 운영 대책을 점검했다. 고양 공연은 월드투어의 첫 개최지로 예고돼 있어 도시 전체의 긴장감도 더 높다. 수만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초대형 공연인 만큼, 공연장 안보다 밖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고양시가 꺼낸 해법은 ‘고양콘트립’이다. 공연을 보고 바로 돌아가는 흐름을 붙잡아 관광과 소비로 연결하겠다는 체류형 문화 프로그램이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복합문화공간, 먹자골목, 유적지, 쇼핑 거점 등을 엮어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QR코드를 통해 상가 정보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공연장 밖에서도 고양을 경험하도록 동선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대형 공연 때 주변 상권 카드 매출과 생활 인구가 뚜렷하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시는 이번에도 공연의 열기를 도시 소비로 이어가려 하고 있다.
실제로 고양은 공연 하나만 보고 떠나기엔 아까운 도시다. 시 문화관광 안내에는 스타필드 고양 같은 복합문화공간, 행주산성 같은 역사 자원, 장항습지와 누리길 같은 자연 코스가 고루 소개돼 있다. 공연을 낮과 밤의 일정 한가운데 두고, 앞뒤로 식사와 쇼핑, 산책과 역사 탐방을 붙일 수 있는 도시라는 얘기다. 덕양권만 놓고 봐도 스타필드 고양, 서오릉, 창릉천 일대 자원이 가까이 이어진다. ‘고양콘트립’이 단순한 이벤트 이름이 아니라 꽤 현실적인 체류 전략으로 보이는 이유다.
지역경제를 겨냥한 장치도 함께 돌아간다. 시는 4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 동안 ‘지역경제 살리기 빅 세일 주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음식점과 상가,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 가구점, 화훼매장, 이미용업소, 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종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할인과 사은품 증정, 자체 이벤트를 진행한다. 보라색을 활용한 연계 마케팅과 외국인 환대 분위기 조성, 공연장 주변 위생·교통 관리까지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고양의 승부는 공연 그 자체보다 공연 이후에 있다. 무대 위 열광이 도시 곳곳의 식당과 숙소, 거리와 상점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번지느냐다. 보랏빛 조명을 켠 덕양구의 준비는 그래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연장을 도시 전체로 넓히는 신호에 가깝다. 고양은 지금 한 번의 공연을 치르려는 것이 아니라, ‘공연 보러 가는 도시’에서 ‘공연 때문에 머무는 도시’로 한 단계 넘어가려 한다.
도시는 때로 공연 한 편으로 새 얼굴을 얻는다. 이번 4월 고양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 변화일 것이다. 무대의 함성이 끝난 뒤에도 거리의 불빛과 식당의 온기, 골목의 발걸음이 오래 남는 도시. ‘고양콘’은 어쩌면 공연 이름이 아니라, 고양이 스스로에게 붙인 새로운 표정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