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벚꽃이 흩날리는 길 위로 세계의 발걸음이 모인다. 올해 경주벚꽃마라톤은 단순한 봄철 생활체육 행사를 넘어, 경주의 역사와 풍경을 함께 체험하는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외연을 넓혔다. 보문단지와 도심 벚꽃길을 따라 달리는 이 대회에 한국관광공사가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만 551명에 이른다. 해외 참가자 비중도 커졌다. 전체 외국인 러너 가운데 약 82%가 해외지사를 통한 직접 모객 인원이고, 해외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50% 늘었다. 마닐라·방콕·베이징·타이베이·홍콩·후쿠오카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겨냥한 현지 마케팅이 경주의 봄을 국제 무대로 끌어올린 셈이다.
대회는 4월 4일 오전 8시 보덕동행정복지센터 옆 헬기장에서 출발한다. 종목은 하프, 10㎞, 5㎞로 나뉘며, 코스는 보문호수와 주요 호텔권, 벚꽃길을 잇는다. 라한호텔과 코모도호텔, 힐튼호텔 사거리 일대를 지나는 구간은 경주의 봄을 가장 가까이 체감할 수 있는 구간으로 꼽힌다. 단순히 기록을 겨루는 레이스라기보다, 도시의 풍경을 몸으로 통과하는 여행에 가깝다. 벚꽃 아래를 달리며 천년고도의 봄을 한 장면씩 품게 되는 것이다.
경주가 이 대회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도시는 달리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라는 상징성과 봄 풍경이 함께 붙기 때문이다. 보문관광단지의 화사한 벚꽃길,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역사 여행, 동궁과 월지와 대릉원으로 확장되는 체류 동선까지 생각하면 경주벚꽃마라톤은 ‘한 번 뛰고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달리기와 숙박, 음식, 문화유산 답사가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지역형 스포츠관광 상품의 성격이 더 짙다. 올해 경주시는 국내외 참가자 1만5000명 규모의 대회로 준비하고 있으며, 외국인은 25개국 600여 명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장 운영도 한층 세심해졌다. 대회 전날인 3일에는 경주 힐튼호텔에 전용 데스크가 마련돼 레이스팩과 기념품을 배부하고, 경주와 인근 관광지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대회 당일에는 통역 인력도 배치된다. 외국인 참가자 입장에서는 낯선 도시에서 길을 찾고 행사에 적응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이런 세부 운영이 쌓일수록 경주는 ‘다시 오고 싶은 러닝 여행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스포츠는 순간이지만, 관광은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경주벚꽃마라톤은 오래된 대회다. 해마다 봄이 오면 벚꽃과 함께 이름이 다시 불린다. 하지만 올해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지방의 봄 축제가 해외 수요를 직접 끌어오고, 그것을 숙박과 관광, 소비로 연결하는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벚꽃은 매년 피지만, 그 꽃길을 어떻게 지역의 힘으로 바꿀 것인지는 늘 과제였다. 올해 경주는 그 답을 조금 더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봄은 짧지만, 잘 만든 콘텐츠는 오래 남는다. 그리고 지금 경주는 그 짧은 계절을 가장 길게 쓰는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