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눈 오는 날의 공주 중동성당은 풍경이 아니라 시간처럼 보였다. 하얗게 내려앉은 겨울빛 속에서 붉은 벽돌의 탑은 더 또렷해졌고, 가지마다 눈을 얹은 나무는 마치 오래된 기도를 펼쳐 보이듯 성당 곁에 조용히 서 있었다. 처음 이 장면을 마주하면 누구나 잠시 걸음을 늦추게 된다. 화려하게 꾸민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눈을 붙잡고, 오래 바라볼수록 더 깊어지는 힘이 있다. 눈은 모든 소리를 낮추고, 성당은 그 적막 속에서 제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 놓는다.
중동성당은 그저 예쁜 건물이 아니다. 한 시대의 숨결이 벽돌 사이에 남아 있는 자리이고, 숱한 사람의 사연이 문턱을 드나든 장소다. 기쁜 날에도, 견디기 힘든 날에도, 사람들은 이런 공간을 찾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감사의 마음으로, 누군가는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이 탑을 올려다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성당은 늘 닮아 있다. 건물인데도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고, 돌과 벽돌로 지어졌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을 위로한다.
눈 덮인 성당 앞에 서 있으면 재미있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저 탑 위로 흩날리는 눈송이를 가장 먼저 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처음 이 성당이 세워졌을 때도 이렇게 눈이 내려 마당을 하얗게 덮었을까. 백 년 가까운 시간 속에서 수많은 겨울이 스쳐 갔을 텐데, 성당은 아마도 한 번도 서두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세상이 시끄러워도, 제자리에서 묵묵히 시간을 받아내며 사람들의 하루를 지켜봤을 것이다.
여행은 멀리 가서 새로운 것을 보는 일 같지만, 때로는 오래된 것 앞에서 내 마음의 속도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공주 중동성당 앞에서 나는 잠시 조용해졌다. 빨리 지나온 시간들, 너무 쉽게 흘려보낸 계절들, 오래 남을 것 같지 않았는데 끝내 마음속에 남아버린 얼굴들이 떠올랐다. 눈은 금세 녹겠지만, 그날의 풍경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떤 장소는 사진으로 남고, 어떤 장소는 마음의 온도로 남는다. 공주의 겨울 성당은 분명 후자였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눈 내린 공주, 시간을 세운 중동성당](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ccbf3b01-dc68-421f-8101-68eb63f3fb11/00-legacy-cover-1375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