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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김제 심포항...바람이 멈추는 곳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김제 심포항...바람이 멈추는 곳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김제 심포항에 서면 바다가 먼저 말을 건다. 세차게 밀려오지도 않고, 요란하게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저 푸른 물결을 잔잔히 흔들며 오래된 하루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는다. 방파제 끝에 기대 선 시선 너머로 작은 배 한 척이 물 위에 떠 있고, 그 뒤로는 갈대빛으로 물든 수평선이 길게 펼쳐진다. 바다와 땅 사이, 물과 바람 사이에 놓인 이 풍경은 화려하지 않아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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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심포항(사진=최치선 기자)

 

심포항의 아름다움은 크고 웅장한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비워져 있는 데 있다. 넓은 하늘, 군더더기 없는 수평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배 한 척, 그리고 저녁빛을 받아 천천히 익어가는 갈대밭. 그 단순한 장면들이 모여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살아가다 보면 자꾸만 더 많은 것을 채워야 할 것 같지만, 이 항구 앞에서는 오히려 덜어낸 자리에서 풍경이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이 줄어든 자리에서 마음은 더 깊어진다.

 

나는 한참 동안 물결을 바라봤다. 바람은 차지 않았고, 햇빛은 낮게 기울며 돌무더기 위에 금빛을 얹고 있었다. 그 순간 심포항은 여행지가 아니라, 잠시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작은 쉼표처럼 느껴졌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온 곳인데, 오히려 멈추는 법을 배우게 되는 곳. 서둘러 지나치면 그저 평범한 항구일지 모른다. 그러나 가만히 바라보면 이곳에는 하루를 견디고 돌아온 삶의 결, 바람 속에서도 흔들림을 견딘 시간의 무늬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김제 심포항의 저녁은 그래서 더 깊다. 풍경은 말이 없는데, 그 침묵이 이상하게 따뜻하다. 사람의 마음도 저 바다처럼 잔잔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저 배처럼 흔들리면서도 끝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여행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내 안의 소란을 잠시 멈추게 하는 풍경 하나를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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