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준시
전국날씨날씨 불러오는 중…
2010.5~현재 · 누적 방문자 집계 중

이 기사를 다른 언어로 읽어보세요

트래블아이에서 저장한 영어·일본어·중국어 번역본을 언어별 주소로 불러옵니다.

뉴스

DMZ가 다시 열린다, 철책 따라 걷는 평화의 길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12개 구간 전면 개방

강화부터 고성까지…생태·역사·안보를 함께 걷는 길

김보라 기자
DMZ가 다시 열린다, 철책 따라 걷는 평화의 길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닫혀 있던 길이 다시 열린다. 철책 너머로 스치는 바람, 발밑에 쌓인 시간, 멈춰 있던 접경의 풍경을 따라 걷는 ‘DMZ 평화의 길’이 오는 4월 17일부터 전면 개방된다. 올해는 12개 구간으로 넓어졌고, 걷는 일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몸으로 통과하는 체험이 된다.

 

09.jpg
DMZ 평화관광 (제공=파주시)

 

정부가 4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에 조성된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 12개 구간을 전면 개방한다. 다만 혹서기인 7월과 8월에는 운영을 멈춘다. 이번 개방 대상은 인천 강화, 경기 김포·고양·파주·연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10개 접경지역에 걸친 노선들이다. 2019년 처음 조성된 이 길은 DMZ 일대의 생태·문화·역사 자원을 현장에서 체험하도록 만든 대표 평화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아 왔다.

 

이 길의 매력은 단순히 ‘걷는다’는 데 있지 않다. 일반 관광으로는 쉽게 닿기 어려운 민통선 인근과 철책 주변을 따라 이동하며, 분단의 흔적과 자연의 회복력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는 데 있다. 강화평화전망대와 애기봉, 장항습지, 파주 임진각과 도라산 일대, 연천의 1·21 침투로, 철원의 백마고지, 화천 백암산, 양구 두타연, 인제 대곡리초소, 고성 통일전망대와 금강산전망대 구간 등은 각각 다른 결의 풍경과 서사를 품고 있다. 공식 안내 누리집에서도 각 코스가 전망대, 습지, 전적지, 철책길, 생태탐방로를 축으로 서로 다른 체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다.

 

운영 방식도 이 길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야생 동식물 보호와 참가자 안전을 고려해 회차별로 운영되며, 일부 구간은 군부대 협조 아래 철책 인근을 직접 걸을 수 있다. 현장에는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해설사와 안내요원이 동행해 장소마다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앞의 풍경만 보는 여행이 아니라, 그 땅에 남은 기억을 함께 듣는 여행인 셈이다. 정부가 일부 코스의 회당 참가 인원과 운영일을 늘린 것도 더 많은 국민이 이 공간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참가 조건은 분명하다. 안보지역 특성상 대한민국 국민만 신청할 수 있고, 본인 인증과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참가비는 1인당 1만원이다. 신청은 4월 1일부터 ‘DMZ 평화의 길’ 공식 누리집과 걷기여행 앱 ‘두루누비’를 통해 가능하다. 현장 접근이 제한적인 공간인 만큼 사전예약과 신원 확인은 사실상 이 길의 일부 절차이기도 하다.

 

DMZ 평화의 길은 이제 단순한 안보 견학 코스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미 이 길을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잇는 총 524km 규모의 걷기 여행축으로 설명해 왔고, 지난해에는 DMZ 평화의 길을 포함한 코리아둘레길 전 구간이 완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접경지역의 길이 더 이상 ‘막힌 경계’가 아니라 한국을 다시 읽는 관광 자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생태의 보고이자 분단의 현장인 DMZ를 평화관광의 상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여기에서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 길은 봄철 여행지 목록에 쉽게 오르지 않던 접경지역을 다시 보게 만든다. 화려한 축제나 대형 상업시설 대신, 바람과 철책과 전망대와 숲길이 여행의 중심에 선다. 익숙한 관광의 문법과는 조금 다르다. 그러나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DMZ 평화의 길은 풍경을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지나온 시간을 천천히 밟아보는 길에 가깝다. 

KEEP EXPLORING

이어서 읽을 여행기사

검색하거나 + 버튼을 눌러 같은 섹션의 기사를 계속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