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호수는 밤이 되면 더 많은 것을 품는다. 낮 동안 말없이 물결만 흔들던 탑정호는 어둠이 내려앉자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내 보였다. 검은 수면 위로 붉은 빛이 치솟고, 푸른 광선이 물길을 가르며 번져나가는 순간, 호수는 더 이상 풍경이 아니었다. 마치 오래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내는 한 편의 무대 같았다.
논산 탑정호 노래하는 분수의 야경 앞에 서면 먼저 눈이 사로잡힌다. 붉은 분수 기둥은 정적을 찢고 하늘로 오르고, 그 곁에서 퍼지는 빛은 물과 공기의 경계를 지운다. 한순간은 뜨겁고, 한순간은 서늘하다. 강렬한 색채가 맞부딪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고요해진다. 사람은 종종 화려한 장면 앞에서 감탄하지만, 정말 오래 남는 것은 그 화려함이 스치고 간 뒤의 잔상이다. 탑정호의 밤이 그랬다.
특히 물안개처럼 펼쳐진 스크린 위에 영상이 어른거리는 장면은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분수는 솟구치고, 빛은 흔들리고, 영상은 나타났다가 이내 지워진다. 그런데도 사라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눈앞에서 흩어진 것들이 오히려 마음속에 더 또렷하게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을 붙잡으려 하지만, 결국 가장 깊게 남는 것은 잠시 반짝이다 지나간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호수는 그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무 말 없이 빛을 비추고, 아무 설명 없이 물결을 흔들었다. 그 앞에 선 사람은 각자 다른 하루를 안고 왔겠지만, 잠시만큼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화려한 음악분수는 결국 사람을 놀라게 하기보다, 잠깐 멈춰 서서 제 안의 소리를 듣게 만든다. 탑정호의 밤은 그렇게 빛으로 번지고, 물 위에 머물다,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조용히 다시 켜진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논산의 밤, 이건 꼭 봐야 한다…노래하는 분수](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9fdb1fcf-043b-4a72-9e9f-23bdb9da5b93/00-legacy-cover-1375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