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홍콩이 봄 두 달을 통째로 축제장으로 바꿨다. 3월은 예술로, 4월은 스포츠로 도시 전체를 흔든다. 홍콩관광청이 내세운 ‘홍콩 메가 8’은 아트 바젤 홍콩, 아트 센트럴, 홍콩 세븐스 같은 대표 이벤트 8개를 한 흐름으로 묶어, 홍콩을 다시 ‘아시아 이벤트 수도’로 각인시키려는 대형 캠페인이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개별 행사를 따로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예술, 팝 컬처, 스포츠를 도시 전역의 동선으로 엮어 방문객이 홍콩에 더 오래 머물게 만드는 데 있다. 홍콩관광청 공식 안내에 따르면 ‘홍콩 메가 8’은 3월과 4월 사이 홍콩 전역에서 전개되며, 복합적인 대형 이벤트 경험을 통해 도시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벤트를 보러 가는 여행이 아니라, 이벤트가 도시 전체를 여행하게 만드는 구조다.
먼저 3월의 홍콩은 사실상 ‘아트 먼스’에 가깝다. 세계 3대 아트 바젤 가운데 하나인 아트 바젤 홍콩 2026은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유일한 아트 바젤 개최지다. 올해는 디지털 아트와 현대미술의 결합이 특히 강조되고, 도시의 주요 문화기관과 병행 프로그램도 폭넓게 연결된다. 홍콩관광청과 아트 바젤 자료를 종합하면, 전시장 안팎의 경험을 함께 확장하는 데 이번 행사의 무게가 실려 있다.
같은 시기 아트 센트럴 2026도 3월 25일부터 29일까지 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열린다. 빅토리아 하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행사는 보다 젊고 동시대적인 감각의 갤러리와 작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관광청 이벤트 페이지와 아트 센트럴 공식 사이트는 이번 행사가 센트럴 하버프론트의 개방적 분위기와 맞물려 홍콩 예술 시즌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한다. 같은 도시에 아트 바젤과 아트 센트럴이 거의 동시에 열리는 구조는, 홍콩이 예술 시장과 대중적 축제성을 동시에 붙잡으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홍콩의 봄이 흥미로운 건, 예술이 실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콩관광청은 ‘아트 워크 인 센트럴’과 같은 연계 프로그램, 디지털 아트 상영, 도심 예술 산책 콘텐츠를 함께 밀고 있다. 센트럴의 거리, 하버프론트, 상업지구 외벽까지 전시장처럼 쓰는 방식이다. 최근 세계 도시들이 ‘행사장 안의 이벤트’보다 ‘도시 전체를 무대로 쓰는 이벤트’에 주목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홍콩은 그 흐름을 가장 공격적으로 실험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4월로 넘어가면 무대는 예술에서 스포츠로 급격히 전환된다. 가장 강력한 이름은 역시 홍콩 세븐스 2026다. 이 대회는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카이탁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며, 올해 50주년을 맞는다. 홍콩 세븐스 공식 사이트와 홍콩관광청 안내에 따르면 세계 정상급 남녀 팀이 참가해 70경기 이상을 치르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럭비 축제로서의 상징성을 이어간다. 2025년 새 경기장 시대를 연 데 이어 2026년엔 50주년이라는 상징까지 더해져 흥행 기대가 더 크다.
주목할 점은 이 스포츠 이벤트가 경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콩 세븐스는 원래도 ‘경기와 파티가 함께 가는 대회’로 유명했지만, 올해는 50주년을 맞아 팬 빌리지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더 강화됐다. 홍콩관광청은 K-팝 공연과 다양한 현장 무대까지 결합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관중은 럭비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카이탁 일대를 하나의 축제장처럼 체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이 스포츠조차 ‘도시형 축제’로 포장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같은 4월에는 UCI 트랙 월드컵 홍콩과 챔피언스 데이도 이어진다. 홍콩 벨로드롬에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랭킹 포인트를 놓고 경쟁하고, 4월 26일 샤틴 경마장에서는 국제 경마 이벤트 챔피언스 데이가 열린다. 예술과 럭비에만 시선이 쏠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전거와 경마까지 붙으며 도시의 봄 일정표가 거의 빈틈없이 채워진다. 홍콩관광청이 왜 이 연쇄 이벤트를 ‘메가 8’으로 패키징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행의 관점에서 보면 홍콩 메가 8은 매우 영리하다. 3월 말 예술 시즌을 보러 온 방문객이 4월 스포츠 이벤트를 이유로 다시 찾을 수 있고, 반대로 럭비나 국제대회를 보러 온 여행객은 홍콩이 가진 아트 도시 이미지까지 함께 체감할 수 있다. 행사 하나의 흥행보다 도시 체류 수요를 두 번, 세 번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면세 예술시장, 하버프론트, 카이탁 신도심, 샤틴 같은 공간 자원이 각각 다른 계절감으로 연결되는 점도 홍콩만의 강점이다.
결국 이번 봄 홍콩이 내놓은 메시지는 선명하다. ‘한 도시에서 이렇게 많은 세계급 이벤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연과 전시, 스포츠와 파티, 미식과 야경을 하나의 계절 전략으로 묶는 방식은 홍콩이 관광 도시를 넘어 ‘이벤트 도시’라는 정체성을 다시 꺼내 들었음을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도시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홍콩은 가장 홍콩다운 방식으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홍콩의 3월과 4월은 더 이상 단순한 봄 여행 시즌이 아니다. 아트 바젤의 전시장과 센트럴의 거리, 카이탁 스타디움과 샤틴 경마장이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이어지는 시간이다. 꽃이 피는 도시가 아니라, 이벤트가 피는 도시. 홍콩이 이번 봄 다시 보여주려는 얼굴은 바로 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