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구례가 이번엔 ‘수달’에 기대를 걸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힘이 빠진 산촌에 섬진강의 상징을 입혀 다시 사람을 불러보겠다는 구상이다. 전남 구례군 간전면 수달마을이 산림청의 ‘2026년 산촌활력 특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조용하던 강변 마을이 새로운 관광 실험의 무대에 올랐다.
구례군에 따르면 간전면 수달마을은 올해 산림청이 주관하고 한국임업진흥원이 수행하는 산촌활력 특화사업 신규 대상지에 포함됐다. 이 사업은 산촌 지역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 맞춤형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산림관광이나 임산물 가공·유통, 민간 사업화 방안을 컨설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비 7000만원이 투입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정의 지원이 단순 보조금에 그치지 않고, 마을이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이번 사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대상지가 ‘수달마을’이라는 점에 있다. 구례군은 이 마을을 섬진강 수달을 중심으로 한 산촌체험 관광과 특산물 브랜드화, 상품 개발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흔한 농촌 체험마을이 아니라, 섬진강 생태 이미지와 산촌 자원을 함께 엮어보겠다는 방향이다. 수달이라는 상징은 아이들에게는 친근하고,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생태 체험의 흥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여지가 크다. 여기에 기존의 섬진강 관광 인프라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 일대는 이미 기반이 전혀 없는 곳은 아니다. 구례 관광 동선에는 섬진강어류생태관과 섬진강변 생태 자원이 꾸준히 포함돼 왔고, 한국관광공사 여행 코스에서도 섬진강어류생태관은 가족형 생태 체험지로 자주 언급된다. 어류를 관찰하고 체험하는 실내 공간과 강변 생태 자원이 결합돼 있어, 수달마을이 여기에 산촌 체험과 특산물 소비를 덧붙인다면 비교적 자연스러운 확장선이 될 수 있다. 구례군 관광 안내에서도 섬진강어류생태관과 주변 섬진강 권역은 주요 코스로 소개된다.
관건은 ‘수달’이 단순 마스코트에 머무르지 않느냐다. 지방의 많은 체험사업이 이름은 그럴듯했지만 현장에서는 상품성과 지속성이 약해 금세 힘을 잃곤 했다. 구례가 이번에 기대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침체한 산촌에 관광을 불어넣고, 주민 소득을 만들고, 지역경제의 작은 순환을 복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목표가 현실이 되려면 수달 캐릭터 하나를 내세우는 데서 그쳐선 부족하다. 섬진강이라는 공간의 매력, 생태공원과 생태관 같은 기존 시설, 마을 주민이 실제 운영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 특산품 소비가 한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구례는 지리산과 화엄사, 사성암 같은 굵직한 관광 자원을 이미 갖고 있다. 다만 간전면 쪽 강변 산촌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업은 잘 알려진 명소 바깥의 마을까지 구례 관광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큰 유적이나 산행 코스가 아닌, 강변 생태와 산촌 체험을 내세운 여행은 지금의 가족형·체험형 관광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여행자가 많이 보는 것보다 오래 머무르고, 지역 안에서 한 번 더 소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수달마을 프로젝트는 규모는 작아도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
구례군은 이번 선정을 계기로 구례형 산촌관광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라면 이제 시작이다. 진짜 중요한 건 ‘선정’ 이후다. 컨설팅으로 어떤 그림을 만들고, 그 그림을 주민과 행정, 관광객이 함께 현실로 바꾸느냐가 남았다. 섬진강을 바라보는 작은 산촌마을이 이름처럼 정말 수달의 마을이 될지, 아니면 스쳐 지나가는 사업명으로 남을지는 그 다음 단계에서 결정될 것이다.
산촌을 살리는 일은 새 건물 하나 짓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왜 그 마을에 가야 하는지, 가서 무엇을 보고 머무르고 사가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구례 수달마을은 이제 그 질문 앞에 섰다. 섬진강의 생태와 산촌의 삶을 제대로 엮어낸다면, 이 조용한 마을은 구례 관광의 뜻밖의 새 얼굴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