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벚꽃은 어디서나 핀다. 그런데 어떤 도시는 꽃을 구경거리에서 끝내지 않고, 머물 이유로 바꿔낸다. 중국 저장성 핑후의 중시 사쿠라 거리가 올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홍빛 꽃길 아래에 장터가 깔리고, 문화상품이 놓이고, 밤에는 드론이 하늘을 채우면서 봄 풍경이 하나의 관광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동부 저장성 핑후시에 있는 중시 사쿠라 거리에서는 ‘2026 중시 벚꽃 문화관광 시즌’이 지난 20일 개막했다. 행사는 사흘간 이어졌고, 현장에는 수만 그루 벚나무가 만개해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곳의 벚꽃 관람 시즌은 4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봄이 짧은 대신, 그 짧은 절정을 놓치지 않으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미 몰리고 있다.
이곳의 힘은 벚꽃 숫자에만 있지 않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시 사쿠라 거리에는 1만여 그루 벚나무와 11만여 그루 튤립이 함께 어우러져 있고, 이월란과 수국, 핑크뮬리 같은 식물도 계절별로 이어지도록 심어져 있다. 그래서 이곳은 잠깐 피고 지는 벚꽃 명소라기보다, 사계절 내내 다른 꽃으로 표정을 바꾸는 원예형 관광지에 가깝다. 4월 초까지는 늦게 피는 녹색 벚꽃 등 후속 개화도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벚꽃 시즌에는 현장 소비를 키우는 장치도 더 촘촘해졌다. 행사장에는 100개가 넘는 부스가 들어서 먹거리와 문화창의 상품, 무형문화유산 체험을 함께 선보였다. 벚꽃 쿠키와 비스킷, 녹두 케이크 같은 꽃 테마 베이커리도 인기를 끌었다. 꽃을 보고 사진만 찍고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 먹고 사고 체험하는 흐름으로 연결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는 봄꽃 관광이 단순 감상형에서 소비형·참여형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관광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핑후 경제개발구는 지난해 ‘링잉거 문화창의관’을 열었고, 올해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이 공간에는 40여 종의 문화창의 기념품과 100여 종이 넘는 산업관광 상품이 전시돼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실제 구매 가능한 상품으로 바꿔 보여준다. 여기에 패션 디자인 센터 개관까지 이어지면서, 핑후는 벚꽃 시즌을 단순 행사로 끝내지 않고 지역 산업과 도시 이미지를 함께 묶는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모습이다.
밤 풍경도 강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행사 마지막 날 밤에는 음악 시상식과 함께 700대 드론 라이트쇼가 열렸다. 또 별도의 기사에서는 ‘다른 불꽃’이라는 주제 아래 오리지널 음악 시상과 공연이 벚꽃 시즌과 결합됐다고 전했다. 봄꽃 축제에 야간 공연과 첨단 시각 연출을 덧붙이면서, 핑후는 낮의 꽃구경을 밤의 체험형 축제로 확장했다. 벚꽃이 지는 시간마저 소비의 끝이 되지 않도록 만든 셈이다.
이 흐름은 최근 중국 각지에서 커지는 이른바 ‘꽃 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핑후 사례를 소개하며, 화훼 경관이 가족 단위 나들이와 공연, 커피 대회, 비물질문화 체험, 피크닉 수요까지 불러들이며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관광의 핵심은 꽃 자체보다, 꽃을 둘러싼 시간과 경험을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두느냐에 있다. 핑후는 그 답을 비교적 선명하게 내놓은 도시로 보인다. 이는 관련 보도들을 종합한 해석이다.
핑후의 벚꽃은 아름답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그 꽃이 도시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벚꽃길은 장터가 되고, 장터는 문화상품으로 이어지며, 밤하늘은 드론쇼로 바뀐다. 봄을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봄을 머물고 소비하는 경험으로 바꿔낸 것. 올해 핑후가 보여준 것은 꽃보다 한 발 앞선 관광의 문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