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곡성은 늘 기차와 장미로 먼저 불리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술 한 병이 도시의 이름을 다시 꺼내 들었다. 쌀로 빚은 한 잔이 상을 받았고, 그 상은 곡성이라는 지역의 맛과 농업, 여행의 결을 함께 드러냈다.
전남 곡성군은 관내 농업회사법인 시향가의 프리미엄 소주 ‘네오40 블랙’이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프리미엄 소주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국내 우수 주류를 발굴하는 대표 품평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곡성군으로서는 지역 농산물을 바탕으로 한 전통주의 경쟁력이 전국 무대에서 다시 확인된 셈이다.
‘네오40 블랙’의 바탕에는 곡성산 가루미쌀이 있다. 이 술은 가루미(바로미2) 쌀 100%를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네오40’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특징은 전통 생쌀 발효법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는 점이다. 쌀을 물에 오래 불려 고두밥을 짓는 대신, 곧바로 가루로 만들어 발효시키는 방식이라 쌀 본연의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전통 문헌에 기록된 제조법을 오늘의 감각으로 복원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시향가는 2021년부터 가루미쌀을 활용한 전통주 연구개발을 이어왔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협업하며 품질을 높여왔다. 여기에 셰프 최강록이 개발 과정에 참여해 미식 관점의 완성도까지 보탰다. 이미 ‘2025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주 부문 최우수상과 새술마루상을 받았고, 올해는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까지 거머쥐며 존재감을 넓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네오40’은 미국 식품의약국 인증과 수출 절차를 마치고 현지 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 술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곡성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곡성은 섬진강기차마을과 장미공원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군 관광정보에 따르면 섬진강기차마을 장미공원은 7만5000㎡ 규모에 1004품종 장미를 모은 대표 명소이고, 올해 제16회 곡성세계장미축제는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결국 곡성 여행은 이제 꽃과 철길만이 아니라, 지역 쌀로 빚은 술의 맛까지 함께 기억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지역 양조 산업의 의미도 가볍지 않다. 2019년 설립된 시향가는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쌀을 수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 술 한 병이 단지 상품 하나로 끝나지 않고, 농가 소득과 지역 브랜드, 관광 소비를 함께 묶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에서 난 원료로 지역의 맛을 만들고, 그 맛이 다시 여행객을 부르는 선순환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곡성은 오래전부터 풍경이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풍경에 맛까지 더하려 한다. ‘네오40 블랙’의 수상은 좋은 술 하나가 탄생했다는 소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곡성 쌀의 가치가 상을 받았고, 지역이 스스로 빚어낸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았다는 뜻에 가깝다. 장미가 피는 계절, 기차마을을 걷다가 곡성의 쌀 향이 담긴 한 잔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 여행은 예전보다 조금 더 깊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