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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아시아 맛집 1·2위 싹쓸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서 홍콩 더 체어맨·윙 나란히 정상

서울 밍글스 4위 포함 한국도 6곳 50위권 진입

김보라 기자
홍콩…아시아 맛집 1·2위 싹쓸이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홍콩은 밤풍경보다 먼저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골목의 완탕면 한 그릇에서 시작해 고급 광둥식 파인다이닝까지, 한 도시 안에 서로 다른 결의 식탁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그 홍콩이 다시 한번 아시아 미식의 정점에 섰다. 지난 25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 시상식에서 홍콩 레스토랑이 1위와 2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도시의 체면을 세운 정도가 아니라, 지금 아시아 미식 지형에서 홍콩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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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더 체어맨(The Chairman)’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에서 1위를 차지했다.(제공=홍콩관광청)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곳은 홍콩의 정통 광둥요리 레스토랑 ‘더 체어맨’이다. 더 체어맨은 2021년 이후 다시 정상에 복귀하며 ‘아시아 최고의 레스토랑’ 타이틀을 되찾았다. 현지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바탕에 두면서도, 홍콩식 중식 파인다이닝의 결을 가장 설득력 있게 밀어 올린 곳으로 평가받아 왔다. 2위는 비키 청이 이끄는 ‘윙’이 차지했다. 윙은 중국 8대 요리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곳으로 소개되며, 홍콩의 미식이 한쪽은 전통에 깊이 닿아 있고 다른 한쪽은 세련된 해석으로 뻗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1위와 2위를 한 도시가 나란히 가져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홍콩의 저력이 얼마나 단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두 곳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공식 순위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더 체어맨(1위), 윙(2위) 외에도 네이버후드(24위), 에스트로(32위), 카프리스(35위), 모노(46위)가 50위권에 들었다. 홍콩관광청은 이 밖에도 100위권 안에 총 10개 홍콩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한 도시가 고급 중식, 컨템포러리 파인다이닝, 프렌치, 라틴 아메리칸 감성까지 폭넓게 품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홍콩의 미식은 특정 장르의 강세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식문화 밀도로 읽힌다.

 

한국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의 밍글스가 4위에 오르며 한국 최고 순위를 기록했고, 온지음은 14위, 이타닉 가든은 25위, 모수는 41위, 비움은 43위, 세븐스도어는 49위에 올랐다. 한식의 전통을 섬세하게 밀어 올린 레스토랑과 현대적 해석을 시도한 공간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서울 역시 아시아 미식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올해 시상식의 중심이 홍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개최지도 처음으로 홍콩이었고, 정상의 두 자리를 모두 홍콩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홍콩이 이처럼 강한 이유는 결국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식도락 지도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홍콩관광청이 올해 1월 공개한 미식 가이드 ‘테이스트 홍콩’에는 50명이 넘는 마스터 셰프들이 추천한 250곳의 레스토랑과 식당이 실렸다. 유명 파인다이닝만이 아니라 동네별로 다른 먹거리의 결을 따라가게 만든 점이 특징이다. 관광청은 또 2026년 미쉐린 가이드에서 홍콩이 총 77개의 스타를 기록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권위 있는 순위와 가이드가 겹겹이 쌓이면서, 홍콩은 ‘무엇을 먹을까’보다 ‘얼마나 깊게 먹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도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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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 시상식에 참석한 피터 람 홍콩관광청 회장(제공=홍콩관광청)

 

여행의 방식도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전의 홍콩 여행이 쇼핑과 야경, 침사추이와 빅토리아피크를 찍고 돌아오는 일정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홍콩은 식탁을 따라 도시를 읽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린다. 더 체어맨과 윙 같은 상징적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동네마다 다른 국수집과 차찬텡, 딤섬집, 디저트 가게까지 이어지며 여행의 결을 촘촘하게 만든다. 홍콩이 여전히 아시아 대표 미식 수도라는 말은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도시가 여행자에게 내어주는 경험의 밀도에 가깝다. 이 점은 ‘테이스트 홍콩’이 도시 전역의 식당을 동네 단위로 소개하는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좋은 미식 도시는 한 끼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맛의 기억이 골목의 공기, 사람의 말투, 도시의 속도와 함께 묶여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번 시상식 결과는 홍콩이 그런 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가장 높은 자리의 두 이름이 모두 홍콩이었다는 사실은, 이 도시가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여행의 식탁’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콩은 지금 다시, 맛으로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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