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여행을 다녀왔는데 돈이 돌아온다. 강원 평창이 5월부터 이런 실험을 시작한다. 숙박과 식사, 관광에 쓴 비용 일부를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번 봄, 평창 여행은 풍경뿐 아니라 지갑의 감각까지 바꿔놓을지 모른다.
강원 평창군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2026년 지역사랑 휴가 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5월부터 관광객 대상 환급 프로그램을 본격 시행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평창에서 쓴 여행 경비 일부를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내 소비를 자연스럽게 묶겠다는 의도다.
환급 규모는 적지 않다. 1인 기준 최대 10만원, 2인 이상은 최대 20만원, 가족 단위는 최대 5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특히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층은 여행 경비의 최대 70%까지 환급이 가능해 체감 혜택이 크다. 관광지 방문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어디에서 소비했는가’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는 구조다.
참여 방식도 비교적 명확하다. 여행 최소 3일 전 평창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해야 하고, 이후 모바일 지역화폐 앱인 ‘CHAK’을 설치해 평창군으로 설정한 뒤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된다. 여행 종료 후 7일 이내 정산 신청을 하면 환급이 이뤄진다. 다만 지정 관광지 1곳 이상 방문 인증 사진을 제출해야 하며, 일부 업종은 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제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할인 이벤트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비 일부를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돌려주면서, 소비가 다시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설계됐다. 관광객은 다시 한 번 소비를 하게 되고, 지역 상권은 매출을 이어간다. 단발성 방문이 아닌 체류형 관광으로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평창은 이미 사계절 관광 기반이 탄탄한 지역이다. 겨울에는 평창올림픽 유산을 기반으로 한 스키 리조트와 스포츠 관광이 중심을 이루고, 봄과 여름에는 대관령 일대 목장과 고원 풍경, 가을에는 단풍과 산악 관광이 이어진다. 대관령 양떼목장, 오대산 국립공원, 월정사 등은 이미 체류형 관광을 끌어온 대표 명소다. 이번 환급 정책은 이 기존 관광 흐름에 ‘머무는 이유’를 하나 더 얹는 장치로 읽힌다.
특히 평창은 넓은 지역에 관광지가 분산돼 있어 당일치기보다 1박 이상 체류가 자연스러운 곳이다. 숙박과 식사, 이동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지역화폐 환급은 여행 동선을 더 길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관령에서 시작해 오대산과 진부, 봉평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구성하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지역 전반으로 퍼진다. 이번 사업은 바로 이런 흐름을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관광 정책의 방향도 읽힌다. 최근 지역 관광은 ‘얼마나 많이 오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로 기준이 바뀌고 있다. 방문객 수보다 체류 시간과 소비 규모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됐다. 평창의 이번 시범사업은 이 흐름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사례다. 여행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에 가깝다.
지역 입장에서도 기대가 크다. 소상공인 매출 증가와 함께 지역화폐 사용이 확대되면 지역 경제의 순환 구조가 강화된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지역은 소비를 확보하는 구조다. 정책과 여행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드문 사례로 볼 수 있다.
여행은 원래 돈이 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평창에서는 그 공식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 머무는 만큼 돌려받고, 쓰는 만큼 다시 이어지는 여행. 이번 봄 평창은 풍경뿐 아니라 여행의 방식까지 바꾸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 변화의 결과는, 여행을 다녀온 뒤 더 오래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