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시간이 있다. 군사 규제와 개발 제한 속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던 도시, 포천이다. 그러나 이제 방향이 바뀌고 있다. 평화경제특구라는 이름 아래, 안보의 땅이 성장의 축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시작됐다.
경기 북부 접경지역인 포천시는 지난 수십 년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각종 규제를 감내해 왔다.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중첩된 개발 제한은 도시의 산업 확장과 투자 유치, 정주 여건 개선에 장기간 제약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지역경제는 정체됐고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 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포천이 내세운 해법이 평화경제특구다. 이는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접경지역이 감내해 온 제약을 국가 차원의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남북교류 확대와 경제공동체 기반 조성을 전제로, 접경지역을 군사적 경계선이 아닌 협력과 성장의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남북협력의 중심축은 서부의 개성과 동부의 금강산으로 양분돼 있었다. 중부권은 상대적으로 공백에 가까웠다. 포천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수도권과 접경지역을 잇는 지리적 조건, 중부권 교통망, 자연·농업 자원을 함께 갖춘 도시라는 점에서 새로운 연결축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포천의 가장 큰 자산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이다. 화산 활동과 침식이 만들어낸 주상절리 협곡과 용암대지는 세계적으로도 희소한 지형으로 평가받는다. 이곳을 중심으로 포천은 관광과 평화를 결합한 ‘삼각 관광 구상’을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원산과 금강산까지 이어지는 생태·평화 관광벨트를 통해 국제적 관광 거점으로 성장하겠다는 그림이다.
또 다른 축은 첨단농업이다. 포천은 농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이다. 여기에 스마트팜과 바이오 기술을 결합한 애그테크 산업을 육성해 생산과 가공, 유통, 수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남북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의 원자재와 포천의 가공·기술 역량을 연결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도 구상하고 있다. 관광과 농업, 두 축을 동시에 키워 도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평화경제특구가 현실화되면 변화의 폭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제 감면과 자금 지원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산업단지와 관광 기반 조성이 ускор화되고, 이는 민간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체류형 관광 확대와 생활 인프라 개선이 맞물리면 도시의 생활 환경 자체도 달라질 수 있다.
이미 포천은 연간 방문객 1000만 명 수준의 관광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한탄강을 중심으로 한 관광 개발 사업도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평화경제특구라는 제도적 틀이 더해질 경우, 기존 관광 자원과 산업 전략이 하나로 묶이며 도시 성장의 방향이 보다 선명해질 수 있다.
결국 이 구상의 핵심은 ‘보상’에 있다. 안보를 위해 감내해 온 시간에 대한 응답, 그리고 그 시간을 미래 성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제한됐던 가능성을 이제는 확장으로 바꾸겠다는 시도다. 포천이 말하는 평화경제특구는 개발 계획이 아니라 도시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작업에 가깝다.
포천은 오랫동안 멈춰 서 있는 도시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규제의 공간에서 성장의 공간으로, 경계의 도시에서 연결의 도시로 방향을 바꾸려 하고 있다. 평화경제특구는 그 전환의 시작점이다. 안보의 시간을 지나, 이제 포천은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