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공연이 끝났는데도 박수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와 객석이 함께 외친 “대한독립만세”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순간,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기억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포천시립민속예술단의 정기공연 ‘꺼지지 않는 불꽃 : 19190330’이 지난 20일 반월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렸다. 전석 무료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800여 석이 모두 채워지며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무대는 전통 공연예술의 음악과 몸짓을 기반으로 역사적 사건을 현재의 감각으로 끌어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공연은 세 개의 흐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국악관현악곡 ‘아침을 두드리는 소리’는 어둠에서 빛으로 넘어가는 시간의 흐름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서사의 문을 열었다. 북과 관현악이 만들어내는 울림은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2부에서는 ‘포천시민 33인’이 무대에 올라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이어진 만세 퍼포먼스는 이번 공연의 핵심 장면으로 꼽힌다. 배우가 아닌 시민이 직접 무대에 서고, 객석이 이에 호응하면서 공연장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동체로 묶였다. 선언문의 문장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언어로 변했고, 관객은 그 의미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다.
3부 창작 가무극 ‘꺼지지 않는 불꽃 : 19190330’은 민속 군무와 창작 가무, 도창이 결합된 복합 형식으로 구성됐다. 1919년 포천 지역 만세운동과 독립운동가 최석휴 선생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름 없이 스러진 이들의 흔적까지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1919년과 현재를 교차시키는 연출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지금 이 시대에 독립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장치로 작동했다. 장면 전환마다 시간의 층위가 겹치면서 관객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체험하게 된다.
공연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또 하나의 요소는 참여였다.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의 움직임은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일부로 기능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객석까지 번진 만세의 함성은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넘어, 공동의 기억을 함께 확인하는 의식처럼 이어졌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공연은 하나의 사건으로 확장됐다.
포천은 최근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공연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기념이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 참여를 통해 현재형 이야기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공연 역시 그 흐름 위에 놓인 결과물로, 지역 문화예술이 시민과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반월아트홀은 포천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대극장과 소극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형 공연장이라는 점에서 시민 참여형 콘텐츠와 잘 맞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처럼 지역 서사를 기반으로 한 무대가 이어질수록, 공연장은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지역 기억을 공유하는 장소로 기능하게 된다.
역사는 책 속에만 남아 있을 때보다, 몸으로 다시 겪을 때 더 또렷해진다. 포천의 이번 무대는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누군가는 배우로, 누군가는 관객으로, 또 누군가는 시민으로 참여한 이 공연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그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무대 위 불꽃도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