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도서관에 들어섰는데,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책장이 아니라 꽃일 때가 있다. 향기는 없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는 꽃, 손으로 빚은 결이 오히려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꽃이다. 시흥시 소래빛도서관이 지난 3월 18일부터 2층에서 ‘페이퍼플라워 아트-꽃의 위로’ 전시를 시작했다. 전시는 연중 상시 운영되며, 종이로 만든 꽃 22점을 통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는 꽃 테라피 작가 정유연의 작업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종이라는 익숙한 재료를 바탕으로 꽃의 질감과 색감을 섬세하게 살린 작품들이다. 화려하게 압도하기보다 천천히 시선을 붙드는 방식이어서, 도서관이라는 공간과도 잘 어울린다. 책을 읽으러 들른 시민은 전시를 따로 찾아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작품 앞에 멈춰 설 수 있고, 그 짧은 멈춤이 일상에 의외의 숨을 만든다. 전시는 2층 대형게시대에서 진행되며, 안전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원거리 관람 방식으로 운영되고, 안내데스크에 문의하면 근거리 관람도 가능하다.
이 전시가 더 반가운 이유는 소래빛도서관이 단순히 책만 빌리는 공간을 넘어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래빛도서관은 시흥시 중·북부권 공공도서관과 공립작은도서관을 총괄하는 거점 도서관으로, 이용료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한국관광공사 열린관광 정보에 따르면 이곳은 자동문,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등을 갖춘 무장애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어 접근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편안한 편이다.
실제로 올해 소래빛도서관은 책과 사유, 예술을 연결하는 움직임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2층 종합자료실 로비에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필사 공간 ‘느릿느릿글방’을 운영 중인데, 문장을 옮겨 적으며 천천히 생각을 고르는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시흥시 도서관 시스템 전반도 최근 독서문화 공모사업과 시민 참여형 책여행 프로그램을 잇달아 운영하며 생활 가까이에서 문화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이번 종이꽃 전시 역시 그런 흐름 위에 놓인 장면으로 읽힌다. 책을 읽는 일, 문장을 베껴 쓰는 일, 그리고 예술 작품 앞에 잠시 서 있는 일이 하나의 도서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셈이다.
멀리 유명 미술관을 찾아가야만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만나는 작은 전시 하나가 오히려 계절의 감각을 더 가까이 건드릴 때가 많다. 특히 봄은 사람을 들뜨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쉽게 지치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학업과 업무, 일상의 피로가 쌓인 시기에 종이꽃이 건네는 ‘위로’와 ‘희망’이라는 주제는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꽃은 원래 금세 시들지만, 종이꽃은 오래 남는다. 잠깐의 아름다움보다 오래 가는 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소래빛도서관 자체도 봄날 가볍게 들르기 좋은 장소다. 시흥시 공공도서관 통합서비스에 따르면 소래빛도서관은 시흥시 비둘기공원로 25에 있으며, 대표 연락처는 031-310-5245다. 열린관광 정보에는 이용요금이 무료이고, 매주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은 휴관이라고 안내돼 있다. 운영시간 정보는 출처별로 다소 차이가 있어 방문 전 도서관 누리집이나 전화 확인이 가장 정확하지만, 전시는 도서관 운영시간 안에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전시의 매력은 크지 않아서 더 좋다는 데 있다. 거창한 장치도, 복잡한 해설도 없다. 2층을 오르다가 문득 마주치는 종이꽃 몇 송이가 마음의 속도를 조금 늦춘다. 그런 경험은 멀리 떠나는 여행과는 또 다르다. 도시 안에서, 생활권 안에서, 잠깐 고개를 들었을 때 만나는 작은 위로에 가깝다. 시흥이 봄의 초입에서 시민에게 건네는 가장 부드러운 초대장도 어쩌면 이런 방식일지 모른다. 책을 빌리러 갔다가 꽃 앞에 멈추고, 꽃을 보러 갔다가 책 한 권을 집어 드는 일.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말은 원래 그런 순간을 위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봄꽃은 거리에도 많지만, 도서관 안에서 만나는 꽃은 결이 다르다. 소래빛도서관의 ‘꽃의 위로’ 전시는 요란하게 시선을 빼앗기보다 조용히 마음을 붙든다. 책장 사이를 걷다 잠시 고개를 돌렸을 때, 종이로 만든 꽃 한 송이가 하루의 피로를 덜어주는 경험. 이번 봄 시흥에서는 그런 장면도 충분히 여행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