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베트남 남부의 섬과 해안 도시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진주섬’ 푸꾸옥과 바닷바람의 도시 붕따우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대규모 호텔 개발 계획을 내놓으면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3월 23일 푸꾸옥에서 베트남 복합관광 개발 기업 썬그룹과 전략적 협력 계약을 맺고, 푸꾸옥과 붕따우에 모두 10개의 호텔·리조트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전체 규모는 약 4500객실에 이르며, 메리어트 산하 8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이번 발표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숫자보다 흐름에 있다. 단순히 호텔 몇 곳이 추가되는 수준이 아니다. 세계적 호텔 체인과 베트남 대형 개발사가 손을 맞잡고 특정 지역을 장기 체류형 관광과 국제행사 수요까지 아우르는 복합 목적지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협약식에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사장 겸 CEO 앤서니 카푸아노,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장 라지브 메논, 썬그룹 회장 당 민 쯔엉 등이 참석해 상징성을 더했다.
가장 먼저 시선이 쏠리는 곳은 푸꾸옥이다. 계획에 따르면 혼똠 지역에는 목시 푸꾸옥 혼똠과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푸꾸옥 혼똠이 먼저 들어선다. 이어 푸꾸옥 남부 루비비치 일대에는 W 푸꾸옥, 푸꾸옥 메리어트 리조트 앤 스파, 더 웨스틴 푸꾸옥, 르 메르디앙 푸꾸옥,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푸꾸옥이 잇달아 문을 열 예정이다. 이 가운데 W 호텔과 목시 호텔은 베트남 첫 진출 브랜드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끈다.
푸꾸옥이 이렇게 빠르게 덩치를 키우는 배경에는 2027년 APEC 개최가 있다. 베트남 정부와 관련 기관은 APEC 2027이 푸꾸옥의 관광·투자·인프라 확장의 촉매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푸꾸옥에서는 국제행사 수요를 염두에 둔 관광 인프라 확충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번 호텔 프로젝트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읽힌다. 관광도시를 넘어 국제회의와 이벤트를 수용하는 해양 거점으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관광의 결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푸꾸옥 남부는 세계 최장급 3선식 케이블카,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키스 브리지, 선셋 타운 등 이미 강한 관광 콘텐츠를 갖춘 지역이다. 여기에 숙박 브랜드가 촘촘히 들어서면, 당일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는 목적지로의 전환이 더 빨라질 수 있다. 해 질 무렵 바다를 바라보는 리조트 체류형 여행과 대형 이벤트를 품는 국제관광이 한 공간 안에서 결합하는 셈이다.
붕따우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는 붕따우 메리어트 호텔, 목시 붕따우,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붕따우가 2030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된다. 특히 롱탄 국제공항 1단계 사업이 2026년 상반기 완공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어, 호찌민 남동부 해안 관광권의 접근성은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공항이 제 기능을 시작하면 붕따우는 주말 해변도시를 넘어 보다 넓은 국제관광권의 수혜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메리어트는 현재 베트남에서 32개 호텔을 운영 중이며, 50개 이상이 개발 파이프라인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이후 포트폴리오가 두 배로 성장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베트남이 지금 세계 호텔 업계에서 얼마나 뜨거운 시장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때 ‘가성비 여행지’로만 소비되던 베트남이 이제는 럭셔리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들어서는 고급 관광시장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행자는 늘 먼저 변하는 풍경을 알아본다. 공항이 열리고, 도로가 놓이고, 브랜드가 들어서면 도시의 결도 함께 달라진다. 푸꾸옥과 붕따우에 예고된 이번 10개 호텔은 숙박시설 이상의 신호다. 베트남 관광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아시아 휴양지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