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지방자치단체 공보행정의 본질은 ‘홍보’가 아니라 ‘공공 소통’이다. 행정이 생산한 정보와 자산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통로이며, 그 중심에는 언론과의 협력이 있다.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순간 공보행정은 기능을 상실한다.
최근 김제시 취재 중 공보업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한 민원 차원의 사건이 아니다. 한 공무원이 공적 업무 수행 과정에서 특정 언론을 구분하고 자료 제공 여부를 판단한 정황은, 공무원 직무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게 한다.
지방자치단체 공보부서는 행정의 최전선에 있다. 지역의 정책과 관광자원, 축제와 문화, 투자와 생활 정보를 외부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창구다. 이 자리는 개인의 호불호를 드러내는 곳이 아니라, 법과 기준에 따라 공적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자리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국가공무원법은 모든 공무원이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공무원의 권한은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적 책무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이번 김제시 사례가 가볍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자는 개인적 호기심으로 시청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 여행신문과 종합일간지에서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국 지자체의 명소를 특집 여행기사로 다뤄온 취재자였다. 지역 공보부서를 방문해 명함을 교환하고, 기사 작성에 필요한 관광사진을 이메일로 요청한 일 역시 통상적인 취재 협조 절차였다.
기자는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국 60여 곳의 지자체를 직접 방문하며 여행특집 기사를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각 지자체 공보 담당자들은 지역 명소 사진과 관련 자료를 원활하게 제공했고, 언론사의 성격이나 배경을 이유로 협조 여부를 달리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점에서 김제시의 대응은 단순한 소통 오류나 업무 지연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동일한 취재 방식과 동일한 요청이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에도, 특정 기준(개인생각)을 이유로 자료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공보행정의 기준 자체가 흔들렸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번 김제시 대응은 통상적인 공보행정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이례적 사례로 봐야 한다. 이 점은 이번 사안을 개인 간의 마찰이나 단순한 소통 오류로 축소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료가 늦어진 데서 끝나지 않았다. 어렵게 연결된 통화에서 담당 주무관이 특정 종교와 관련된 매체에는 협조가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것이 김제시 공식 방침인지 묻는 질문에는 개인 의견이라고 답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안은 명확해진다. 공적 직위에서 이뤄진 언론 응대는 개인 의견이라는 말로 중화되지 않는다.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내놓는 판단은 곧 행정의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공보부서 실무자가 언론을 종교적 배경으로 분류하고 자료 제공 여부를 달리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면, 이는 공정한 직무수행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여기서 행정은 두 가지 점검을 받아야 한다. 첫째는 공무원 자격에 관한 문제다. 공무원은 사인(私人)이 아니다.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자신의 종교관이나 선입견, 매체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기준으로 업무 범위를 정할 수 없다. 둘째는 대외 홍보업무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공보업무는 선별이 아니라 전달, 배제가 아니라 연결이다. 특히 관광사진과 보도자료는 지역을 외부에 알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공공 콘텐츠다. 이를 제때,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안은 소극행정의 관점에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소극행정을 공무원의 부작위나 직무태만 등 소극적 업무행태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상 손실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로 설명한다. 자료 요청이 반복됐는데도 적시에 전달되지 않았고, 끝내 개인적 판단이 개입된 협조 거부성 발언으로 이어졌다면, 이는 단순 지연을 넘어 공공서비스의 왜곡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 적극행정 운영규정 역시 소극행정을 예방·근절할 책무가 기관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김제시에 필요한 대응은 단순 해명이 아니다. 행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당시 발언과 자료 제공 경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공식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둘째, 공보부서의 언론 응대 기준을 문서화해 개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 셋째, 공보 담당자 전원을 대상으로 언론 응대, 종교·매체 중립성, 공공자료 제공 원칙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넷째, 향후 동일 사안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명확히 묻는 내부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공보행정은 지역의 수준을 보여준다. 사진 한 장을 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이 자신의 위치를 어디로 이해하고 있는지, 행정이 법과 원칙 위에서 작동하는지의 문제다. 지난 1년 넘게 전국 60여 지자체에서는 없었던 일이 김제시에서 벌어졌다면, 김제시는 그 이례성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공무원의 자격은 임용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정성과 책임, 그리고 공적 절제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성립한다. 지금 김제시에 필요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시정이다. 공보행정은 개인 의견으로 운영될 수 없다. 법과 기준으로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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