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여행지에서 무엇을 사고 돌아오느냐는, 그 도시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와 닮아 있다. 엽서 한 장, 키링 하나, 손바닥만 한 소품이 때로는 풍경보다 오래 남는다. 전국 주요 관광도시에 자리 잡은 라한호텔이 울산에서 꺼내든 상생 방식도 바로 여기에 닿아 있다.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은 지난 19일 울산시, 울산문화관광재단과 함께 울산 관광기념품 전시·판매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호텔 안에 지역 굿즈 판로를 넓히는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라한호텔이 경주·목포·전주에 이어 울산에서도 ‘로컬상생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셈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한 진열이 아니다.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은 울산시와 울산문화관광재단이 추진해 온 ‘울산 관광기념품 공모전’과 연결해, 호텔 내 ‘울산 굿즈 스토어’ 테마 매대를 조성하고 역대 수상작을 전시·판매할 계획이다. 기사와 공모전 안내에 따르면 이 매대에는 반구천 암각화의 고래를 형상화한 키링, 태화강국가정원의 꽃을 모티브로 한 슈비츠 등 울산의 역사와 지역성을 담은 관광기념품이 오른다. 여행객이 체크인하는 공간에서 곧바로 도시의 상징물을 만나는 구조다.
이 대목이 흥미로운 이유는 호텔이 더 이상 잠만 자는 장소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 전주, 목포 등에서 라한호텔이 진행해 온 로컬상생 프로젝트는 지역 청년 예술가와 창업자들의 작품에 판매 공간을 내주고, 숙박 경험을 지역 소비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특히 라한셀렉트 경주의 ‘청년감성상점’은 경북 지역 호텔 협업 모델로 주목받았다. 울산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관광객은 호텔 로비에서부터 도시의 색을 입은 상품을 만나고, 지역 창작자는 보다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숙박과 소비, 관광과 창작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셈이다.
울산이 이런 실험에 어울리는 도시는 분명하다. 울산 관광기념품 공모전은 울산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살린 기념품 발굴과 사업화를 목표로 운영돼 왔고, 공모 주제 또한 반구천의 암각화, 공업탑, 십리대숲, 대나무, 장미, 금속, 자수정 등 울산을 상징하는 문양과 스토리를 굿즈로 풀어내는 데 맞춰져 있다. 실제로 2025년 공모전에서는 반구천 암각화 문양을 활용한 문구 세트가 대상을 받았고, 우산·무드등·블랭킷 등 다양한 상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해 여름 울산박물관과 암각화박물관 내 ‘울산 굿즈 스토어’에서는 태화강국가정원 플라워 슈비츠, 반구대 암각화 키링 등 수상작 전시·판매도 진행됐다.
이번 협약으로 올해 공모전에는 ‘지역협력상’도 새로 생긴다. 울산을 상징하는 익숙한 명소뿐 아니라, 호텔이 서 있는 도시의 생활감과 숨은 매력을 담아낸 작품까지 발굴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는 기념품의 개념을 바꾸는 일과도 닿아 있다. 흔한 도시 로고 상품이 아니라, 울산이라는 장소의 결을 손에 쥐는 물건을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반구천 암각화와 공업탑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상징에 더해, 태화강의 꽃과 산업도시의 결, 해양도시의 정서까지 넓게 끌어안을 가능성도 생겼다. 이 부분은 협약 내용과 기존 공모전 운영 방향을 종합한 해석이다.
여행의 시선으로 보자면 이런 변화는 작지 않다. 관광기념품은 대개 여행의 마지막에 사는 물건이지만, 호텔 안으로 들어오면 여행의 첫인상부터 달라진다. 체크인 직후 울산의 굿즈를 보고, 도시의 상징을 읽고, 돌아갈 때 하나쯤 챙겨가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울산은 태화강국가정원, 반구천 암각화, 산업유산과 해양 경관이 공존하는 도시인데, 이질적으로 보였던 자원들이 굿즈라는 형식 안에서 오히려 하나의 이야기로 묶일 수 있다. 기념품은 작지만 도시를 압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호텔이 지역을 돕는 가장 좋은 방식은 거창한 구호보다 손에 잡히는 판로를 만드는 일일지 모른다.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의 이번 협약은 울산의 기억을 물건으로 바꾸고, 그 물건을 다시 여행의 경험으로 돌려놓는 시도에 가깝다. 숙박객이 사 가는 작은 굿즈 하나가 지역 창작자의 다음 작업을 가능하게 하고, 여행자는 그 도시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울산 여행의 마지막 장면이 이제는 로비의 작은 매대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