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봄은 늘 들판에서 먼저 시작된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면 붉게 익은 딸기 향이 퍼지고, 아이들은 눈보다 먼저 손을 뻗는다. 태안군이 다문화가족 자녀와 부모를 위해 마련한 ‘딸기야 놀자고 go’ 프로그램은 그렇게 교실 밖에서 시작된 하루였다. 태안군 가족센터는 3월 21일 서산 부석면 오딸기 힐링팜에서 다문화가족 자녀 기초학습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10가정을 대상으로 가족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자연과 농업을 친근하게 접하게 하고, 가족이 함께 움직이며 소통의 시간을 넓히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프로그램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졌다. 등록과 안전교육을 마친 뒤 아이들은 딸기가 자라는 과정을 듣고, 이어 딸기케이크 만들기와 생딸기 마시멜로 초코퐁듀 체험에 참여했다. 마지막에는 기념촬영과 만족도 검사도 진행됐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내용은 단순하지 않았다. 먹고 만드는 체험에 그치지 않고, 성장 과정을 배우고 손으로 완성하는 흐름이 함께 들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성취감이 되고, 부모에게는 자녀의 표정을 가까이서 읽는 시간이 됐다.
이번 행사가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태안군이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을 학습에만 가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태안군 가족센터는 올해 관내 5세부터 9세까지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한글과 수학 중심의 기초학습을 무료 지원하고 있으며, 연 2회 아동 상담과 수시 부모 상담, 가족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공부를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적응과 정서 안정, 가족 내 학습관리 역량까지 함께 살피겠다는 방향이다. ‘딸기야 놀자고 go’ 역시 그 연장선에 놓인 프로그램으로 읽힌다.
여행의 시선으로 보면 이런 프로그램은 더 의미가 있다. 태안은 바다와 해변, 수목원으로 익숙한 고장이지만 봄철 농촌 체험 또한 지역의 또 다른 얼굴이다. 특히 서산·태안권 딸기농장은 수확 체험과 케이크 만들기, 초코퐁듀 같은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오딸기 힐링팜 역시 딸기따기와 디저트 만들기 체험을 운영하는 농장으로 소개되고 있다. 관광이 꼭 먼 곳으로 떠나는 일만은 아니라면, 이런 체험은 지역의 농업과 가족의 시간을 함께 연결하는 가장 생활적인 여행 방식이 된다.
무엇보다 다문화가족에게 이런 시간은 단순한 나들이보다 크다. 함께 만들고 맛보고 웃는 과정은 언어보다 먼저 마음을 통하게 한다. 아이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이 남고, 부모에게는 낯선 환경 속에서도 가족이 함께 자라고 있다는 안도감이 쌓인다. 태안군이 이번 체험을 계기로 학업 지원과 병행한 문화 활동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려면 교육과 돌봄, 문화 체험이 따로 움직여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작은 체험 하나가 도시의 방향을 보여줄 때가 있다. 딸기밭에서 케이크를 만들고 초코퐁듀를 찍어 먹는 일은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배움과 놀이, 가족과 지역이 함께 들어 있다. 태안군 가족센터가 올해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번 행사는 일회성 이벤트라기보다 다문화가족 지원의 생활형 모델에 가깝다. 멀리 가지 않아도,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좋은 기억은 지역 안에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태안의 봄은 바다보다 먼저 딸기밭에서 익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손으로 케이크를 만들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웃었던 그 두 시간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서로를 더 가깝게 묶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다문화가족의 정착을 돕는 일은 거창한 구호보다 이런 작고 따뜻한 장면에서 오래 힘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