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태안을 떠올리면 먼저 바다가 생각나지만, 요즘 이 고장에서 가장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풍경은 잔디 위에 있다. 태안군이 추진해 온 ‘중부권 파크골프장’이 준공되면서 서해안 대표 관광지 태안의 생활체육 지형도도 조금씩 달라지게 됐다. 군은 3월 20일 근흥면 마금리에서 준공식을 열고, 오는 5월 정식 개장을 앞둔 새 파크골프장을 공개했다. 관광지로 익숙한 태안이 이제는 머무는 여가와 건강한 일상을 함께 품는 도시로 방향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문을 연 중부권 파크골프장은 총 18억 원을 들여 만든 18홀 규모의 생활체육시설이다. 면적은 2만1313㎡에 이르며, 지형 여건을 최대한 살려 코스를 배치했다. 홀 사이에는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파고라도 갖췄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 붙는다. 준공식 당일에는 경과보고와 공로패 수여, 테이프 커팅에 이어 지역 동호인들의 시범 라운딩도 진행됐다. 시설의 성격이 단순한 운동장이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생활체육 공간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파크골프 인기가 이 정도로 커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반 골프보다 장비와 비용 부담이 훨씬 적고, 규칙도 비교적 단순해 고령층은 물론 가족 단위 이용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정부도 최근 파크골프 이용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자료를 보면 협회 회원 수는 2023년 14만2664명, 2024년 18만3788명, 2025년 22만9757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세대의 운동으로 여겨졌던 종목이 이제는 전국적인 생활체육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태안의 변화도 수치로 확인된다. 군 관련 보도에 따르면 태안 지역 등록 파크골프 동호인은 2021년 133명에서 2022년 273명, 2024년 10월 334명으로 늘었고, 올해 3월에는 438명까지 증가했다. 현재 지역 내 7개 동호회가 활동 중이며, 주말에는 기존 파크골프장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고 한다. 새 구장 조성 요구가 꾸준히 제기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시설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이미 커져버린 생활체육 수요가 행정과 만나 현실이 된 결과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태안군은 애초부터 파크골프장을 한 곳 더 짓는 데 그치지 않고, 권역별 인프라 확충을 계획해 왔다. 2023년 군 브리핑 자료와 지역 보도를 보면, 태안은 2026년까지 남부권·중부권·북부권에 각각 1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추가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번 중부권 파크골프장 준공은 그 계획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안읍 반곡리 제2파크골프장 개장에 이어 근흥면까지 새 거점이 더해지면서, 주민들이 특정 지역까지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가까운 권역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점차 갖춰지는 중이다.
여행의 시선으로 봐도 이 변화는 흥미롭다. 태안은 천리포수목원,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신두리 해안사구처럼 자연 풍경으로 기억되는 곳이지만, 실제 체류형 여행을 늘리려면 관광지 바깥의 생활 인프라가 함께 자라야 한다. 파크골프장은 주민 건강시설인 동시에 방문객에게는 새로운 체험 자원이 될 수 있다.
바다를 보러 온 여행자가 오전에는 필드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오후에는 해변이나 수목원으로 향하는 식의 일정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고령층 관광객이 많은 지역 특성까지 감안하면, 파크골프장은 태안 관광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은근한 카드이기도 하다. 이 대목은 기사 제공 자료를 넘어선 해석이지만, 최근 전국 지자체들이 파크골프장 조성을 지역 여가와 방문 수요 확대의 연결고리로 바라보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파크골프의 매력은 속도보다 리듬에 있다. 무리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걷고, 치고, 잠깐 쉬고, 다시 움직이는 흐름이 일상에 잘 붙는다. 태안군이 이번 시설을 두고 군민 건강 증진과 여가 활성화를 강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거창한 스포츠 콤플렉스보다 생활 가까이에 있는 잔디 한 장이 더 큰 변화를 만들 때가 있다. 태안의 새 구장은 그런 의미에서 요란하지 않지만 꽤 실질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중부권 파크골프장 준공은 태안이 바다의 도시를 넘어 생활체육의 도시로도 한 걸음 내딛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변과 노을, 수목원과 섬으로 기억되던 태안에 이제는 잔디 위를 천천히 걷는 새로운 풍경이 더해졌다. 오는 5월 정식 개장이 시작되면, 태안의 하루는 조금 더 길어지고 건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