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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주마, 6천만원에 팔렸다

올해 첫 2세 경주마 경매…낙찰률 25.3%

혈통이 가격을 만든다, 제주 말산업의 현장

김보라 기자
제주 경주마, 6천만원에 팔렸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제주의 바람은 늘 관광객을 향해 불어오는 듯하지만, 그 뒤편에서는 전혀 다른 시장이 돌아간다. 지난 17일, 제주 한국마사회 목장에서 열린 올해 첫 2세 경주마 경매는 그 이면을 선명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사람 대신 말이 주인공이 되고, 숫자와 혈통이 가치를 말하는 자리였다. 말 한 마리가 수천만원에 거래되는 풍경은 낯설지만, 이곳에서는 일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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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주마 6300만원에 낙찰(제공=한국마사회)

 

경매는 공개된 공간에서 생산자가 말을 상장하고, 구매자가 호가를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격은 숨기지 않는다. 호가가 오르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낙찰 순간까지의 긴장도 공유된다. 경주마는 혈통과 성장 상태, 체형과 움직임, 잠재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비교적 공정한 거래 방식으로 자리 잡아왔다. 제주가 국내 경주마 생산의 중심지로 자리한 것도 이런 시스템과 맞물려 있다.

 

이번 경매에는 총 130마리가 상장됐다. 이 가운데 33두가 낙찰돼 낙찰률은 25.3%를 기록했다. 총 낙찰 금액은 12억 3,700만원, 두당 평균 가격은 3,748만원이었다. 숫자만 보면 냉정한 시장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각 말의 걸음과 근육, 혈통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간다. 경매장은 단순한 거래장이 아니라, 말의 가능성을 읽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 가깝다.

 

이날 최고 낙찰가는 6,300만원이었다. ‘카우보이칼’과 ‘머제스틱게일’ 사이에서 태어난 수말로, 현종욱 생산자가 배출한 말이다. 최종 낙찰은 서울의 한 법인이 가져갔다. 한 마리의 말이 가진 혈통과 잠재력이 숫자로 환산되는 순간이었지만, 그 뒤에는 오랜 시간 쌓인 사육과 관리, 그리고 기대가 함께 얹혀 있다.

 

제주가 경주마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온화한 기후와 넓은 초지, 비교적 안정적인 사육 환경이 말 생산에 적합하다.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은 국내 말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며, 생산·육성·경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관광객에게는 목가적인 풍경으로 보이는 초지가, 실제로는 치밀한 산업 구조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경주마 경매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올해도 3월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6차례 경매가 예정돼 있다. 다음 경매는 6월에 열린다. 일정이 이어질수록 시장의 흐름도 조금씩 드러난다. 낙찰률과 평균가, 최고가의 변화는 말산업의 온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단순한 거래를 넘어, 산업의 방향을 읽는 자료이기도 하다.

 

여행의 시선으로 보면 이 풍경은 또 다른 제주다. 해변과 오름, 카페와 숙소를 벗어나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리듬의 제주가 있다. 말이 태어나고, 자라고, 평가받고, 거래되는 과정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일부 목장은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말 산업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관광과 산업이 겹치는 지점에서 제주라는 섬의 층위가 한층 더 깊어진다.


6천만원에 낙찰된 말 한 마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 가격에는 혈통과 시간,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함께 담겨 있다. 제주 목장에서 열린 경매장은 그래서 숫자만 남는 자리가 아니라, 가능성을 사고파는 현장에 가깝다. 바람과 초지로 기억되던 제주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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