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국내여행의 판을 바꿀 만한 신호가 나왔다. 여행을 다녀오면 경비의 절반을 현금이 아닌 그 지역 화폐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 이하 ‘공사’)와 한국조폐공사가 3월 20일 서울센터에서 ‘지역사랑 휴가지원 시범사업’, 이른바 ‘대한민국 반값여행’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지역관광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실제 소비를 남기는 구조로 한 걸음 더 들어서게 됐다.
이 사업의 핵심은 분명하다. 지정된 지자체를 찾은 여행객이 숙박·식음·체험 등에 쓴 비용을 증빙하면, 그 가운데 50%를 해당 지역의 모바일 지역화폐로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개인은 최대 10만원, 2인 이상은 최대 2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여행자 입장에선 부담이 줄고, 지역 입장에선 환급액이 다시 지역 안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지원금이 단순 할인에 그치지 않고 지역 상권을 한 번 더 돌게 만드는 설계다.
이번 협약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조폐공사의 지역화폐 플랫폼 ‘착(Chak)’의 본격 연계다. 참여 지자체가 이 플랫폼을 통해 여행경비를 환급하면 지역화폐 발행 수수료가 전면 면제된다. 여기에 이용 데이터 공유와 부정수급 모니터링까지 지원해 행정 부담을 줄이고 사업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행정책과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맞물리면서, 지역관광 지원도 이제는 기술 기반의 정밀한 운영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반값여행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대상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선정 지역은 모두 16곳이다. 강원 평창·영월·횡성, 충북 제천, 전북 고창, 전남 강진·영광·해남·고흥·완도·영암, 경남 밀양·하동·합천·거창·남해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관광공사는 2월 말 참여 지자체 선정을 마쳤고, 4월부터 국민 신청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신청 시기와 증빙 방식, 사용처 기준은 지자체별로 다를 수 있어 여행 전 확인이 필요하다.
이 제도가 의미 있는 까닭은 단순히 “싸게 여행 가는 법”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그동안 지역관광은 유명 축제나 계절 이벤트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고, 관광객이 잠깐 머문 뒤 소비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반값여행은 애초부터 지역 소비를 전제로 설계됐다. 여행자가 받은 환급액을 다시 지역 가맹점이나 특산물 구매에 쓰게 만들면 숙박업, 음식점, 전통시장, 체험업체까지 연쇄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에 관광 생활인구를 불러들이겠다는 정책 목표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이번 협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 기관은 디지털관광주민증, 코리아둘레길, 관광두레,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같은 기존 관광공사 사업과 조폐공사의 플랫폼·결제 인프라를 연계해 중장기적 시너지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미 디지털관광주민증은 인구감소지역 관광 유입을 늘리는 수단으로 확대 중이며, 반값여행은 이런 흐름에 직접적인 소비 유인까지 얹는 셈이다. 지역을 한 번 더 찾게 만드는 장치가 늘어날수록 지방 관광의 체질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정책은 여행을 복지와 소비, 지역경제를 잇는 언어로 다시 번역한다. 싸게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라, 지역에서 제대로 쓰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여행이다. 유명 관광지 몇 곳에 사람이 몰리는 시대를 넘어, 덜 알려진 지역에도 가볼 이유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은 적지 않다. 봄 여행철과 맞물려 이 사업이 안착한다면, 반값여행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국내여행의 새로운 습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여행비의 절반을 돌려준다는 말은 자극적이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절반이 다시 지역 안에서 쓰인다는 사실이다. 관광공사와 조폐공사의 이번 협력은 ‘방문객 수’에 머물렀던 지역관광 정책을 ‘실제 소비’와 ‘재방문’으로 옮겨가는 출발점에 가깝다. 반값여행이 성공한다면, 사람을 모으는 관광에서 지역을 살리는 관광으로 한 단계 넘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