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도시가 커질수록 사람은 더 자주 초록을 찾는다. 잠깐 걷고, 멈춰 서고, 화분 하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활의 숨구멍이 되기 때문이다. 울산 중구 태화강국가정원 인근에 들어선 울산정원지원센터는 그런 일상의 감각을 도시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는 공간이다. 울산시는 3월 23일 오후 중구 태화로 26에서 개관식을 열고, 시설 점검과 마무리 단장을 거쳐 3월 30일부터 시민들에게 정식 개방할 계획이다. 정원은 더 이상 일부 애호가의 취미가 아니라, 시민 누구나 배우고 쉬고 체험하는 생활문화가 되고 있다.
울산정원지원센터는 정원산업 지원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거점 시설로 조성됐다. 총사업비 120억원이 투입됐고, 건물은 연면적 2594㎡, 지상 3층 규모로 꾸려졌다. 이 안에는 반려식물병원, 생활원예 상점, 정원책방, 실내 정원과 휴게공간, 교육장이 들어선다. 반려식물병원에서는 식물 상담과 치료, 분갈이, 가정 내 식물관리 교육이 이뤄지고, 정원책방에는 정원과 식물을 주제로 한 도서 2000여 권이 비치될 예정이다.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생활기술을 시민의 언어로 풀어내는 장소에 가깝다.
이 공간이 더 반가운 이유는 울산의 정원정책이 이제 상징을 넘어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이 도시의 대표 풍경이라면, 정원지원센터는 그 풍경을 생활 속 문화와 산업으로 연결하는 실무 거점에 해당한다. 울산시는 이곳에서 시민정원사 양성교육, 식물 가꾸기 교육, 정원문화 특강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개관식 당일에도 2층 교육장에서 ‘2026 울산 시민정원사 양성교육’ 개강식이 함께 열린다. 교육은 6월 12일까지 총 27회, 90시간 과정으로 진행되며, 정원의 이해와 수목학 같은 이론 41시간, 유지관리와 시공, 봉사활동 등 실습 49시간으로 짜였다. 정원을 보는 도시에서, 직접 가꾸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뜻이 읽힌다.
울산의 정원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28울산국제정원박람회는 2028년 4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6개월간 태화강국가정원과 삼산여천매립장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울산정원지원센터는 그 박람회를 준비하는 도시 인프라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국제행사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축제가 아니라면, 결국 그것을 받쳐주는 건 상설 공간과 시민 참여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센터 개관은 박람회 홍보용 시설 하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울산이 정원도시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의 한 장면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거창한 조형물보다 생활 밀도에 있다. 아픈 화분을 들고 찾아와 상담을 받고, 정원 관련 책을 펼쳐보고, 유리온실을 천천히 걷다가 작은 화초 하나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 그런 사소한 경험들이 쌓여 도시의 인상을 바꾼다. 여행의 시선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태화강국가정원과 십리대숲을 찾는 방문객에게 이 센터는 ‘잠깐 더 머물 이유’를 만들어준다. 바깥 풍경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원이라는 문화를 실내에서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 일대의 산책 동선은 이제 강변과 숲길을 넘어 책방과 온실, 원예 체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얻었다. 이 변화는 관광에도 은근하지만 분명한 힘이 된다.
국내에서 정원지원센터는 아직 흔한 시설이 아니다.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울산정원지원센터는 영남권 최초이자 국내 두 번째 정원지원센터로 추진돼 왔다. 이런 상징성은 울산이 공업도시의 오래된 이미지를 넘어 생태와 정원, 휴식의 도시 이미지를 덧입히는 데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도시의 골격 위에 초록의 언어를 겹쳐 쓰는 일, 울산은 지금 그 변화를 눈에 보이는 시설로 증명하고 있다.
정원은 멀리 있는 명소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반복해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도시 문화가 된다. 울산정원지원센터 개관은 그 출발선에 가깝다. 식물을 돌보는 손길, 책을 펼치는 시간, 온실을 거니는 짧은 쉼이 쌓이면 도시는 조금씩 달라진다. 태화강의 바람을 따라 울산은 이제 산업의 회색 위에 초록의 생활을 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