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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관광재단, 영월·정선 잇는 단종 테마 여행 운영

단종의 봄길, 영월로 열린다, 장릉·청령포·관풍헌 따라 걷는 역사 여행

김보라 기자
강원관광재단, 영월·정선 잇는 단종 테마 여행 운영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봄의 영월은 꽃보다 먼저 이야기가 핀다. 강원관광재단이 4월 초 영월과 정선을 무대로 ‘강원 인문학 테마 여행’을 운영한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다시 주목받는 단종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정으로, 당일형은 4월 4일과 5일, 1박 2일형은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재단 공지에 따르면 프로그램명은 ‘영월의 봄, 단종과 함께 걷는 봄길’이며, 참가 신청은 강원관광재단 누리집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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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 봄 포스터(제공=강원관광재단)

 

이번 여행은 단순한 답사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르다. 당일형은 선돌, 장릉, 청령포, 서부시장을 도는 구성이고, 1박 2일형은 여기에 관풍헌과 정선의 아리랑박물관, 아라리촌까지 더해진다. 강원관광재단 공지에는 회차당 80명 규모로 안내돼 있고, 일부 보도에서는 회차별 최대 100명으로 소개된다. 다만 공식 공지 기준으로 보면 실제 운영 인원은 80명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여행의 중심에는 단종이 있다. 영월 장릉은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능으로, 2009년 조선왕릉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능역의 고요가 함께 남아 있어, 비운의 왕을 기리는 장소이면서도 천천히 걷기 좋은 봄 산책길로 꼽힌다. 청령포는 더 절절하다. 삼면이 강물에 둘러싸이고 뒤로는 절벽이 막아선 이곳은 단종이 유배됐던 장소로, 국가 명승 제50호다. 풍경은 빼어나지만, 그 아름다움이 오히려 유배의 쓸쓸함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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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문학 테마 여행’ 행사모습(제공=강원관광재단)

 

선돌은 영월의 절경을 상징하는 장소다. 강을 내려다보는 높직한 바위가 하늘로 솟아 있어, 영월을 처음 찾는 여행자도 한눈에 기억하게 되는 풍경을 만든다. 여기에 관풍헌까지 더해지면 단종의 유배 서사가 한층 입체적으로 이어진다. 영월은 단순히 ‘슬픈 역사 현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장릉, 청령포, 관풍헌, 선돌이 서로 다른 표정으로 연결되며, 한 사람의 비극이 지역 전체의 역사 경관으로 남아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월군 문화관광 누리집 역시 최근 단종 유배지와 관련 관광 코스를 집중 소개하고 있다.

 

1박 2일 일정에서 정선이 더해지는 것도 흥미롭다. 정선의 아리랑박물관은 정선아리랑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전하는 공간이고, 아라리촌은 조선시대 강원 산촌의 생활상을 재현한 체험형 전시장이다. 영월이 단종의 비극과 봄의 정서를 품고 있다면, 정선은 아리랑의 리듬과 민속의 결을 더한다. 결국 이 여행은 한 사람의 역사에서 출발해 강원의 노래와 삶의 풍경으로 넓어지는 구조다. 인문학 여행이라는 이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현장에서는 판소리 해설과 배우 연기가 결합된 창작 마당극도 펼쳐진다. 강원관광재단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JTBC ‘풍류대장’ TOP3 출신 서진실이 소리꾼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역사 해설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감정을 공연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기획인데, 영화로 단종을 먼저 만난 이들에게는 현장에서 감정을 다시 이어주는 장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설명보다 울림을 남기는 여행, 이번 프로그램이 노리는 방향도 그쪽에 가깝다.

 

시기적으로도 절묘하다. 영월에서는 제59회 단종문화제가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장릉과 관풍헌, 동강둔치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인문학 여행은 그보다 앞서 단종의 이야기와 장소를 먼저 천천히 읽어보는 예습 같은 성격도 갖는다. 축제를 보기 전에 역사 현장을 걸어두면, 이후의 장면은 더 깊게 다가온다. 최근 영월의 단종 유적지를 찾는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이번 프로그램은 영화 흥행 이후 높아진 관심을 실제 지역 여행으로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관광재단은 2024년부터 관동별곡, 김유정 문학 등을 지역 관광과 연결한 인문학 여행상품을 운영해 왔다. 이번 영월·정선 코스는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대중적 파급력은 한층 더 커 보인다. 누군가의 슬픈 생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간을 품은 장소를 직접 걸으며 오늘의 여행으로 바꾸는 것. 올해 강원의 봄길은 그렇게 조금 더 깊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빠르게 보고 지나가는 여행은 많다. 하지만 오래 남는 여행은 대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번 봄 영월과 정선으로 향하는 길은 풍경만 보는 길이 아니라, 단종의 시간과 강원의 결을 함께 읽는 길에 가깝다. 가장 화려한 봄은 아닐지 몰라도, 가장 오래 기억될 봄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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