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경주의 봄은 늘 아름답지만, 벚꽃 여행은 늘 타이밍 싸움이었다. 너무 이르면 꽃망울만 보고 돌아서고, 며칠 늦으면 흩날리는 꽃비만 남는다. 올해 경주는 그 아쉬움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경주시는 문화관광 누리집을 통해 주요 벚꽃 명소의 개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벚꽃알리미’ 서비스를 운영한다. 당일 촬영한 사진과 현장 리포트, CCTV 연계 화면까지 더해 여행자가 가장 예쁜 날을 골라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 대상지는 경주의 대표적인 봄 명소들이다. 보문관광단지와 대릉원 일원, 황룡원 주변이 중심이다. 벚꽃의 개화 단계를 사진과 짧은 현장 설명으로 정리해 무료로 제공하고, 목련과 유채꽃 같은 다른 봄꽃 정보도 함께 안내할 계획이다. 경주시는 대표 누리집 메인 배너에서 주요 지점의 실시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CCTV 연계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꽃이 얼마나 피었는지, 지금 가도 좋은지, 여행자가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한 점이 이번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 서비스가 반가운 이유는 경주의 벚꽃이 한 도시 안에서도 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문관광단지는 호수와 산책로를 따라 벚꽃이 길게 이어져 비교적 여유로운 봄 풍경을 만든다. 대릉원 일원은 고분과 돌담, 오래된 길 위로 꽃이 내려앉아 경주다운 시간의 두께를 보여준다. 경주문화관광 누리집은 대릉원을 23기의 신라 고분이 모여 있는 대표 유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 일대는 봄이면 벚꽃과 고분 풍경이 겹쳐져 가장 경주다운 산책길로 꼽힌다. 황룡원 주변은 상징적인 건축물과 꽃이 함께 들어와 사진 한 장의 힘이 강한 곳이다. 같은 벚꽃이어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여행의 인상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경주시는 이미 3월 19일 1차 벚꽃알리미 게시를 시작했고, 관련 정보는 개화 시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경주가 단순히 개화 정보만 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올해 대릉원 돌담길 축제 일정 역시 벚꽃 시기에 맞춰 조정됐다. 경주문화관광 누리집에 게시된 안내에 따르면 축제는 당초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됐지만, 개화 상황을 반영해 일정이 바뀌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꽃이 주인공인 도시답게, 행사의 시간표마저 실제 풍경에 맞춰 다시 짠 셈이다.
경주의 봄은 벚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는 벚꽃과 함께 목련, 유채꽃 정보까지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주시는 봄꽃 명소 추천 콘텐츠를 통해 오릉의 목련, 흥무로 벚꽃길 등 도시 곳곳의 봄 풍경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여행자는 한 곳만 보고 떠나는 대신, 보문호의 물빛을 보고 대릉원 돌담길을 걷고, 다른 봄꽃 명소까지 잇는 식으로 더 촘촘한 하루를 짤 수 있다. 봄 여행이 감에 기대던 시절에서, 정보와 현장성이 결합된 선택의 여행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관광정보는 자칫 건조해 보이기 쉽다. 그러나 경주의 이번 서비스는 차가운 데이터보다 여행자의 실제 불편을 먼저 건드린다. 꽃은 잠깐 피고, 사람은 그 잠깐을 맞추기 위해 길을 나선다. 여행의 실패가 벚꽃의 잘못은 아니지만, 정확한 정보 하나가 그 실패를 크게 줄여줄 수는 있다. 경주는 천년고도의 얼굴 위에 이런 실용성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역사도시의 품격과 디지털 행정의 속도가 한 화면에 만나는 셈이다.
봄꽃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다. 올해 경주 여행은 짐작으로 떠나기보다, 누리집에서 꽃 상태를 먼저 보고 움직이는 편이 낫다. 가장 아름다운 날을 헛걸음 없이 골라 가게 해주는 것, 지금 경주가 내놓은 가장 현실적인 봄 서비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