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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먼저 피었다…곡성의 ‘일하는 자신감’

발달장애인 근로자 대상 뷰티 취업특강 개최

직장 매너와 자기관리, 지역 고용의 품격을 바꾸다

문소지 기자
꽃보다 먼저 피었다…곡성의 ‘일하는 자신감’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봄은 풍경만 바꾸지 않는다. 사람의 표정도 바꾼다. 전남 곡성에서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한 작은 특강 하나가 열렸고, 그 자리에선 화장법보다 더 큰 변화가 시작됐다. 곡성군 일하잡(JOB)센터는 3월 19일 동악포장재사업소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한 피부관리 및 뷰티 노하우’ 취업특강을 열었다. 20일 공개된 이번 교육은 단순한 미용 강좌가 아니라, 직장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사회적 자립을 북돋우는 실용형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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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군, 발달장애인 대상 ‘직장생활을 위한 뷰티’ 특강 진행(제공=곡성군)

 

이번 특강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방향이 분명해서다. 겉모습을 꾸미는 법을 가르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장 안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타인과 관계 맺는 기본 태도까지 함께 짚었다. 교육 내용은 올바른 세안법과 보습 관리, 장소와 상황에 맞는 단정한 용모의 중요성,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 사용법과 간단한 뷰티 팁 시연 등으로 구성됐다. 어렵고 추상적인 설명 대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내용으로 꾸려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대목은 교육의 중심이 ‘기술’이 아니라 ‘자존감’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발달장애인 근로자에게 직장생활은 업무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고, 조직 안에서 스스로를 표현하고, 낯선 시선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일이 함께 따라온다. 이번 특강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했다. 참여 근로자가 “직접 배우고 체험해 보니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정한 인상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내 삶을 내가 정리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곡성군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지역 고용 현장을 더 촘촘하게 돌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일하잡센터는 구직자와 구인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특히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직업 훈련과 사후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번 취업시키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직장에 적응하고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생활 영역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구조다. 지역의 일자리가 숫자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 속에서 टिक टिक 이어지도록 만드는 방식이라 할 만하다.

 

이번 교육이 열린 동악포장재사업소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읽힌다. 곡성군의회 회의록에는 동악포장재사업소가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운영비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장애인 근로자들이 실제 노동 현장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와 연결되는 생활의 기반인 셈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열린 뷰티 특강은 부수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노동과 복지, 자립을 잇는 연장선 위의 교육으로 볼 수 있다.

 

여행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장면은 지역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곡성을 기차마을과 섬진강, 장미와 봄꽃의 고장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한 도시의 품격은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히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웃이 어떻게 존중받고 성장하는가가 도시의 깊이를 만든다. 관광객이 잠시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주민이 오래 살아가는 삶의 무대로서의 지역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이번 특강은 화려하지 않지만 곡성이라는 지역의 체온을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곡성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곧 도시의 인상으로 남기 때문이다.

 

장애인 고용은 종종 제도와 숫자의 언어로만 다뤄진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훨씬 생활에 가깝다. 아침에 얼굴을 씻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동료와 눈을 맞추고, 내 자리를 당당히 지키는 일이 쌓여 하루의 노동이 된다. 곡성군 일하잡센터가 이번에 건넨 것은 화장품 사용법 몇 가지가 아니라, “당신도 직장인으로 충분히 빛날 수 있다”는 메시지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이 특강은 작지만 오래 남는다.


벚꽃이 피는 계절, 곡성에서는 또 하나의 꽃이 조용히 피었다. 일터에서 고개를 들고 웃을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사회 안에서 스스로를 단정히 세우는 자부심이다. 지역을 바꾸는 힘은 거창한 구호보다 이런 작고 단단한 변화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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