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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129㎞가 다 꽃길…구례의 봄이 터진다

전국 최장 벚꽃길 따라 3월 28~30일 축제

서시천·문척면 일원서 공연·체험·버스킹 풍성

김보라 기자
129㎞가 다 꽃길…구례의 봄이 터진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봄은 늘 짧지만, 구례의 봄은 길다. 그것도 129㎞나 된다. 섬진강 물길과 들녘, 마을과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구례의 벚꽃길이 다시 열린다. 전남 구례군은 오는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서시천체육공원과 문척면 일원에서 ‘2026 구례300리 벚꽃축제’를 연다. 구례가 내세우는 ‘300리 벚꽃길’은 전국 최장 129㎞ 규모의 벚꽃길로 알려져 있으며, 군은 이 길을 앞세워 봄철 대표 관광지 굳히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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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300리 벚꽃축제 개막(제공=구례군)

 

구례의 벚꽃은 단순히 한 지점에서 끝나는 풍경이 아니다. 남원 방면에서 구례로 접어든 뒤 섬진강을 따라 하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목 곳곳이 꽃 터널로 변한다. 강변을 스치는 바람, 완만한 둑길, 마을 사이로 흘러가는 봄빛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이곳의 벚꽃은 ‘보는 꽃’보다 ‘지나는 풍경’으로 기억된다. 구례군 관광 정보에서도 문척 일대 섬진강벚꽃길은 대나무숲길, 개나리꽃길과 연결되는 대표 봄길로 소개된다.

 

올해 축제는 지난해보다 참여형 프로그램을 더 넓혔다. 서시천체육공원에서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행사가 펼쳐지고, 저녁에는 개막 공연이 봄밤의 흥을 끌어올린다. 벚꽃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때리기’ 행사, 벚꽃 사진을 남기는 네 컷 부스, 사진 콘테스트 같은 프로그램은 꽃구경을 잠깐의 소비로 끝내지 않고 체류와 참여의 경험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연초 발표된 축제 기본계획에도 스탬프투어, 캠프닉, 멍때리기 대회, 연날리기 같은 체험 중심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축제의 결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흥겨운 공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조용한 산책만 권하는 것도 아니다. 구례는 이번 축제에 역사 인문학 강의까지 넣었다. 꽃 아래에서 듣는 인문학은 다소 낯설지만, 오래된 고을의 결을 벚꽃과 함께 풀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문척면 일원에서는 농악, 관광객 참여 레크리에이션, 벚꽃 노래자랑, 지역 가수 공연이 이어지고, 서시천 꽃강 주변에서는 버스킹이 더해져 축제의 리듬을 만든다. 자연을 무대로 삼되 사람의 체온을 잃지 않겠다는 구성이다.

 

사실 구례의 봄은 벚꽃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3월의 구례는 산동면 산수유가 먼저 계절의 문을 열고, 그 뒤를 이어 섬진강 벚꽃이 강변을 환하게 덮는다. 노란 꽃이 물러간 자리에 흰 꽃이 이어지는 흐름은 구례 봄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 도시 안에서 꽃의 시간이 순서대로 겹쳐 오기 때문에, 여행자는 어느 한 장면만 보는 대신 계절이 이동하는 순간을 통째로 만나게 된다. 그래서 구례의 벚꽃길은 단순한 드라이브 코스가 아니라 봄 전체를 천천히 통과하는 길에 가깝다.

 

구례군이 2023년부터 이 축제를 키워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벚꽃은 어디에나 피지만, 구례는 꽃을 ‘길’로 만들었고, 그 길을 ‘축제’로 바꾸었다. 짧게 보고 사진 한 장 남기고 떠나는 데서 끝나는 봄나들이가 아니라, 걷고 쉬고 듣고 머무는 지역형 관광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전국 곳곳의 벚꽃 명소가 비슷한 풍경 경쟁에 머무를 때, 구례는 섬진강과 마을, 역사와 생활의 결을 한데 묶어 봄의 서사를 만들고 있다.


벚꽃은 해마다 피지만, 같은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구례의 129㎞ 벚꽃길이 특별한 이유는 꽃의 양이 아니라 그 길을 따라 흘러가는 시간의 밀도에 있다. 올봄, 가장 길고도 가장 천천히 걷고 싶은 꽃길은 구례 쪽에 열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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