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갯골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축제는 해마다 그 풍경을 새롭게 읽어낸다. 경기 시흥의 대표 행사인 시흥갯골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26~2027 문화관광축제’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자연을 배경으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갯골이라는 생태 자원을 축제의 중심 언어로 바꿔낸 힘이 다시 인정받은 셈이다. 시흥의 가을은 이제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바람과 소금, 갈대와 물길이 함께 만드는 하나의 무대가 됐다.
이번 선정은 제19회와 제20회 개최 실적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문체부 전문가의 서면·현장 평가와 관광객 만족도, 지역사회 기여도, 운영 역량, 안전관리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시흥갯골축제는 2017년 처음 문화관광축제로 뽑힌 뒤 2027년까지 연속 지정을 유지하게 됐다. 한두 해 반짝 주목받고 끝난 행사가 아니라, 꾸준히 경쟁력을 입증해 온 축제라는 뜻이다.
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장소가 곧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국내 유일의 내만갯골을 품은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남긴 물길, 염전의 기억, 갈대와 습지가 어우러진 이 풍경은 어느 도시에서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시흥갯골축제는 바로 그 환경적 특성을 살려 자연 속에서 쉬고 배우고 즐기는 생태·예술 프로그램을 축제의 중심축으로 삼아 왔다. 일반적인 도심형 축제가 무대 시설과 공연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이곳은 갯골의 바람과 물빛, 해 질 무렵의 염전까지도 프로그램의 일부로 끌어안는다.
특히 지난해 열린 제20회 축제는 시흥갯골축제가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염전을 활용한 야간 콘텐츠 ‘바람에 핀 소금꽃’, 열기구 체험, 공간을 살린 참여형 프로그램은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머무는 축제로의 변화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낮에는 생태공원을 걷고, 해 질 무렵부터는 염전과 갯골 주변에서 공연과 체험을 즐기는 흐름은 시흥만의 축제 문법을 만들었다. 도시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뒤따른 것도 이런 차별성 덕분이다.
시흥시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축제의 정체성과 운영 체계를 한층 더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제21회 시흥갯골축제가 시흥갯골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며, 시는 자연과 역사 자원을 활용한 대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시민 참여와 친환경 요소를 넓히는 방향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문화예술, ESG, 청년, 시민 대표 등이 포함된 추진위원회를 꾸려 운영 전반을 다듬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단지 흥행하는 축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문화축제로 자리 잡겠다는 뜻이 읽힌다.
수상 경력도 축제의 저력을 보여준다. 시흥갯골축제는 한국축제콘텐츠협회의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과 세계축제협회(IFEA) 관련 대회에서도 잇따라 수상하며 국내외 평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는 단순히 방문객 수만 많은 행사가 아니라, 콘텐츠의 독창성과 운영 완성도까지 두루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시흥이 앞으로 해외 관광객 유입과 국제 교류 확대를 통해 더 큰 축제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사실 시흥갯골축제의 힘은 화려함보다 결에 있다. 갯골이라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위에 예술과 체험을 겹쳐 사람을 오래 머물게 만드는 방식이다. 한낮의 습지와 갈대밭, 저녁의 염전과 불빛, 밤하늘로 번지는 바람의 감각은 이 축제를 다른 가을 행사와 구분 짓는 가장 분명한 장면이다. 그래서 시흥갯골축제는 늘 묻는 듯하다. 자연을 지키는 일과 사람들이 즐겁게 모이는 일이 함께 가능하냐고. 이번 연속 선정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으로 보인다.
시흥갯골축제가 다시 국가대표 문화관광축제로 뽑혔다는 사실은 축제 하나의 성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가 가진 고유한 자연을 어떻게 문화로 번역할 수 있는지, 그 오랜 실험이 계속 유효하다는 뜻에 가깝다. 올가을에도 갯골의 바람은 다시 사람을 부를 것이다. 그리고 시흥의 밤에는, 염전 위에 또 한 번 소금꽃이 피어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