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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던 여행, 이번 봄엔 출발한다

문체부·관광공사, ‘열린여행주간’ 맞아 1박 2일 무상 여행 지원

장애인·고령자·영유아 가족에게 봄길을 연다

김보라 기자
망설이던 여행, 이번 봄엔 출발한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여행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않았다. 이동이 불편하거나 돌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여행을 미루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열린여행주간’을 맞아 내놓은 특별 프로그램 ‘나눔여행 함께해 봄(春)’은 바로 그 망설임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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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포스터(제공=한국관광공사)

 

이름은 부드럽지만 내용은 꽤 구체적이다.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 등 210여 명을 모집해 4~5월 중 1박 2일 국내여행을 지원하고, 참가자 1인당 약 23만 원 상당의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여행은 여전히 누군가에겐 큰 결심이어야 하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그 첫 문턱을 행정과 제도로 낮춰보겠다는 시도다.

 

이번 지원은 단순한 체험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입장료와 체험비, 식음료비, 차량비, 여행자보험, 숙박비 등 여행에 필요한 부대비용이 포함되고, 참가자 1명당 동반자 최대 2명까지 함께 지원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사전 협의를 거쳐 중증장애인을 위한 1대1 보조 인력도 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한국타이어 나눔재단의 사회공헌 사업인 ‘틔움버스’ 2대도 지원된다. 여행이란 결국 길 위에서의 경험인데, 이 프로그램은 그 길 자체를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행 코스는 참가자 특성에 맞춰 힐링형, 가족형 등 7개 프로그램으로 꾸려진다. 특히 올해는 춘천·합천·진주·상주 등 새롭게 열린관광지로 조성된 지역을 포함해 일정이 짜였다. 합천 황매산군립공원에서는 JTBC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 공연 관람도 예정돼 있어, 단순한 이동 지원을 넘어 여행의 감정적 밀도까지 살리려는 구성이 눈에 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열린관광지 사업 결과를 통해 춘천, 상주, 진주, 합천 등 여러 지역의 관광지를 무장애 관광 환경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그 성과를 실제 여행 경험으로 연결하는 장면이라 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열린여행주간’ 전체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3월 16일 발표한 ‘2026 여행가는 봄’ 보도자료에서 “여행을 다르게, 곳곳에 다다르게”를 올해 캠페인 기조로 제시했다.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동안 이동과 접근성 문제로 여행에서 소외됐던 이들에게 실제 기회를 넓히겠다는 뜻이다. 

 

‘나눔여행 함께해 봄’은 그 기조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관광이 소비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사

회적 접근권의 문제와 연결될 때 비로소 정책의 온도가 생긴다.

 

신청은 3월 18일 오후 2시부터 4월 3일까지 온라인으로 받는다. 다만 신청자가 많을 경우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최종 대상자는 신청 동기와 기존 참여 이력 등을 종합해 선정하고, 이후 개별 맞춤 유선 상담을 통해 일정이 확정된다. 형식적으로 선착순만 받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여행 여건과 필요를 반영해 코스를 맞춰보겠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세한 내용은 ‘열린관광 모두의 여행’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행 기사의 문장으로 바꿔 말하면, 이번 봄의 목적지는 특정 장소 하나가 아니다. 춘천의 새 열린관광지에서 느린 산책을 하고, 상주와 진주의 무장애 관광지에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합천 황매산에서 공연까지 만나는 흐름 자체가 여행의 내용이 된다. 과거에는 ‘여행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계가 뚜렷했다면, 이제 정책은 그 경계를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 이동 약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배려의 언어가 아니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차량과 숙소, 동선과 돌봄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기본을 갖추는 일부터 다시 시작한다.

 

결국 열린관광의 핵심은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1박 2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몇 해를 미뤄온 소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문지영 한국관광공사 열린관광콘텐츠팀장이 “이동의 불편함이나 여러 상황으로 여행을 망설였던 분들에게 따뜻하고 안전한 봄 여행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말도 그래서 더 실제적으로 들린다. 이번 봄, 누군가에게 여행은 관광지가 아니라 용기가 될 수 있다.


올해 봄 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유명한 꽃길이나 축제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여행을 망설여온 사람이 마침내 짐을 챙겨 길을 나서는 순간, 그 자체가 가장 큰 풍경일 수 있다. ‘나눔여행 함께해 봄’은 그런 출발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모두의 여행이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누군가의 발걸음을 실제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번 봄, 그 문이 조금 더 넓게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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