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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봄, 꽃보다 먼저 새가 내린다

태화강 삼호철새공원에 ‘하중도 물새 관찰장’ 운영

왜가리·백로·가마우지를 도심에서 만나는 봄 생태여행

최치선 기자
울산 봄, 꽃보다 먼저 새가 내린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울산의 봄은 꽃길보다 먼저 날갯짓으로 시작된다. 태화강 하류 물길이 느려지는 자리, 흙과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에 물새들이 내려앉고, 사람들은 그 곁에서 조용히 망원경을 들여다본다. 울산시와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가 3월 16일부터 4월 12일까지 남구 삼호철새공원 초화원 인근에서 ‘하중도 물새 관찰장’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새들의 번식기 풍경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울산만의 봄 생태여행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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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하중도(제공=울산시)

 

 

하중도는 하천 하류에서 유속이 느려지며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지형이다. 물길과 흙, 수생생물이 함께 어우러져 물새들에게는 먹이 활동과 휴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된다. 이번 관찰장은 별도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휴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다만 우천 시에는 문을 닫는다. 가볍게 산책하듯 들러도 되고, 아이와 함께 천천히 둘러봐도 좋은 봄 프로그램이다.

 

현장에는 자연환경해설사 2명이 상주한다. 하중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태화강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차분히 설명해 주고, 고배율 망원경인 필드스코프로 멀리 있는 새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풀숲 모양 위장복인 길리슈트 체험도 마련돼 있어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생태관찰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여기에 흰뺨검둥오리, 물총새 등 조류 모형에 색을 입혀 열쇠고리를 만드는 체험도 함께 진행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반갑다.

 

지금 이 시기 하중도에서는 여름 번식을 위해 찾아온 왜가리와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해오라기 등을 볼 수 있다. 먹이 활동을 마친 뒤 날개를 펴 말리는 민물가마우지의 모습도 관찰장만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새들이 머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다양한 움직임이 태화강의 봄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도시의 봄이 꽃과 축제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곳은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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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 물새관찰 모습(제공=울산시)

여행의 관점에서 보면 이곳의 매력은 ‘조용한 발견’에 있다. 화려한 축제장처럼 북적이지 않고, 산책길처럼 부담이 없다. 대신 천천히 바라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바람의 방향, 물빛의 흐름, 가지 위에서 쉬는 새 한 마리의 자세가 봄의 속도를 알려준다. 태화강의 봄을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꽃길만 찾기보다 한 번쯤 망원경 앞에 서보는 편이 더 오래 기억될지 모른다. 울산이 왜 ‘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를 말하는지, 이 짧은 체험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좋은 여행지는 늘 큰 장면만 보여주지 않는다. 때로는 멀리서 물새 한 마리가 날개를 접는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 울산 하중도 물새 관찰장은 바로 그런 자리를 만든다. 사람보다 새가 먼저 계절을 알아채는 곳, 그리고 그 조용한 신호를 도시 한가운데서 함께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올봄 울산을 걷는다면, 꽃구경만으로 돌아서지 말고 태화강의 새들 앞에 잠시 멈춰 서보는 것도 좋겠다. 봄은 이미 그 물가에 먼저 도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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