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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바다, 이제 전기 만드는 풍경이 된다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조건부 지정

머드축제의 도시 보령, ‘에너지 그린도시’ 준비

김보라 기자
보령 바다, 이제 전기 만드는 풍경이 된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보령을 떠올리면 먼저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가 떠오른다. 여름이면 사람들로 가득 차는 해변, 서해의 노을, 진흙을 뒤집어쓰고 웃는 풍경이 이 도시의 대표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령의 바다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를 거쳐 보령을 포함한 7개 사업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조건부 지정하면서, 보령은 관광도시를 넘어 에너지 전환의 전면에 선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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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해상풍력단지 조감도(제공=보령시)

 

이번 지정은 하루아침에 나온 결과가 아니다. 보령시는 2020년 9월 공공주도 해상풍력 단지개발 사업에 전국 1호 도시로 선정된 뒤, 약 5년 동안 민관협의회 운영, 단지개발 기초조사, 풍황 계측, 주민·어민 수용성 확보 절차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이번 지정을 두고 지자체의 입지 발굴 노력과 주민 수용성 확보 과정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군 협의 등 연내 이행 점검이 남아 있는 조건부 지정이지만, 보령이 해상풍력 사업의 실질적 출발선에 올라섰다는 점은 분명하다.

 

보령이 강조하는 변화의 방향도 선명하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석탄화력발전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올해 초 보령시는 RE100 비전을 공식 선포하며, 1.3GW 규모 해상풍력 집적화단지와 202MW 규모 태양광 집적화단지 조성을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보령시는 이를 통해 ‘바람과 햇빛’ 기반의 에너지 전환을 공식화했고, 지역 이익 공유형 ‘보령형 햇빛·바람 연금’ 구상도 제시했다. 과거 국가 전력 공급의 중심이던 도시가, 이제는 재생에너지 허브로 도시 정체성을 갈아입겠다는 선언이다.

 

이 변화는 산업 기사로만 읽기엔 아까운 대목이 있다.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보령의 바다가 보여주는 서사는 더 복합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령 바다는 머드와 해수욕, 섬과 낙조, 여름 축제의 공간으로 소비돼 왔다. 실제로 보령시와 축제 공식 안내는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를 도시 대표 이미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 바다가 미래 에너지 생산의 현장이라는 의미까지 겹치게 된다. 바다를 본다는 행위가 단순한 휴양을 넘어, 시대 전환의 현장을 바라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해상풍력 단지가 곧바로 관광 명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도시의 이미지가 바뀌는 과정은 여행의 인상을 바꾸곤 한다. 산업과 환경, 일자리와 경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보령은 ‘머드축제 도시’에 머물 수도 있고, ‘서해안 에너지 전환의 상징 도시’라는 더 넓은 이름을 얻을 수도 있다. 보령시가 해상풍력 사업과 연계해 서해안 해상풍력 전용 항만·배후단지 개발, 전문인력 양성, 그린수소 생산 전초기지 확보까지 언급한 것도 이런 미래상을 염두에 둔 행보다.

 

보령이 처한 현실도 이 전환을 더 절박하게 만든다. 지역 보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령은 석탄화력 총 10기 가운데 2020년 1·2호기 폐지에 이어, 2026년 보령 5호기 폐지를 앞두고 있다. 노후 화력발전의 퇴장은 지역경제와 일자리 구조를 흔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령의 해상풍력은 단순한 친환경 사업이 아니라, 석탄 이후의 도시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를 묻는 프로젝트에 가깝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언급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보령시가 반복해서 말하는 ‘에너지 그린도시’라는 표현도 그래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과 산업 연계, 기업 유치, 주민 수익 환원 구조까지 한 묶음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이 변화는 오래가기 어렵다.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는 바로 그 첫 관문이다. 정부가 주민 수용성과 단계별 이행 여부를 조건부 지정의 핵심으로 본 것도, 대규모 에너지 시설이 지역사회와 따로 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령이 지난 5년 동안 설명회와 현장 견학, 민관협의회를 계속 가동해 온 이유 역시 이 지점에 있다.

 

여행도 결국 도시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은 풍경을 보러 가지만, 오래 기억하는 것은 그 도시가 품은 이야기다. 머드축제의 흥겨움으로 기억되던 보령이 앞으로는 석탄 도시에서 바람의 도시로 넘어가는 현장으로도 읽힌다면, 이곳의 바다는 전보다 훨씬 두꺼운 서사를 갖게 된다. 해수욕장과 섬 여행, 낙조 명소의 풍경 위에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의 언어가 덧씌워지는 셈이다.


좋은 여행지는 풍경만 예쁜 곳이 아니라, 변하는 시대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보령의 바다가 그렇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머드축제와 대천해수욕장이 사람을 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이라는 새 흐름이 도시의 미래를 바꾸려 한다. 아직은 조건부 지정 단계이고 넘어야 할 절차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하나다. 보령의 바다는 더 이상 쉬기만 하는 풍경이 아니라, 앞으로의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을 상징하는 풍경으로도 읽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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