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원 여행의 판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단체버스로 스치듯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예약 플랫폼에서 숙소를 고르고 기차역 앞에서 관광택시를 타고 지역 명소를 깊게 누비는 자유여행의 흐름이 강원을 다시 움직이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3월 16일 원주 미래산업진흥원에서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공동 마케팅 협약을 맺은 것도, 바로 그 흐름을 정면으로 겨냥한 행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Discover Gangwon’ 홍보 캠페인이다. 강원도와 아고다는 강원 관광 콘텐츠의 글로벌 홍보를 확대하고, 데이터 기반 관광 트렌드 분석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강원을 해외 자유여행객에게 더 매력적인 목적지로 알리고, 실제 예약과 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고다는 부킹홀딩스 계열 온라인 여행 플랫폼으로, 전 세계 420만개 이상 숙박 상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숫자도 눈길을 끈다. 아고다 측은 자사 이용객 가운데 강원도를 찾는 인바운드 수요가 지난해보다 4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강원이 이미 해외 여행자들의 검색 목록에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K-글로벌 관광수도’를 내세우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예약과 개별 이동, 체류형 소비에 익숙한 해외 여행자 흐름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날 강원도는 협약만 맺은 것이 아니라, 원주역 일대에서 ‘강원 외국인 관광택시 원주 발대식’도 함께 열었다. 원주 지역 관광택시 서비스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자리로, 선발된 개인택시 운전자 32명에게 인증서를 수여하고 친절 서비스 실천 선서와 깃발 부착식도 진행됐다. 강원도의 외국인 관광택시는 2019년 지자체 최초로 도입된 서비스로, 지금까지 춘천·강릉·속초 등에서 운영되며 20여 개국 3만2000여 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원주가 새로 합류한 것이다.
원주가 외국인 관광택시의 새 무대로 선택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날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 SNS 기자단과 자유여행 모니터링 투어단 70여 명을 초청해 소금산 그랜드밸리, 삼양라운드스퀘어 공장 견학, 한지테마파크, 전통시장 등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원주는 산과 출렁다리, 산업관광, 전통시장, 로컬 체험을 함께 묶을 수 있는 도시다. 여기에 관광택시가 붙으면 대중교통만으로는 끊기던 여행 동선을 훨씬 매끈하게 연결할 수 있다.
강원의 전략은 분명하다. 숙소 예약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현장 이동은 관광택시로, 목적지는 각 시군의 개성 있는 콘텐츠로 세분화하는 방식이다. 이미 강원도는 ‘2025-2026 강원 방문의 해’ 공식 사이트를 통해 숙박 할인, 추천 여행지, 지역별 체험 정보를 함께 묶어 홍보하고 있다. 3월 추천 여행지에 춘천과 원주를 내세우고, 시군별 할인과 축제 정보를 연동하는 방식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여행자가 강원을 하나의 거대한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조합하는 개별 목적지 모음으로 보게 하려는 시도다.
강원은 원래도 외국인에게 설명하기 쉬운 곳이다.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계절 변화가 뚜렷하다. 설악산과 동해안, 강릉 커피거리와 속초 시장, 춘천 호수길과 원주의 산악 관광, 평창과 정선의 고원 풍경까지 지역별 개성이 선명하다. 여기에 강원도는 한류 자원도 함께 꺼내 들고 있다. 강원 방문의 해 공식 관광 페이지는 K-한류와 자연, 레저, 음식, 테마여행을 별도 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진태 지사가 언급한 BTS 관련 명소도 이런 맥락 안에서 읽힌다. 강원은 이제 풍경만 보여주는 지역이 아니라, 글로벌 이용자가 앱 안에서 바로 선택할 수 있는 ‘조합형 여행지’로 자신을 다시 포장하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원도는 전날에도 중화권 관광객 유치 확대와 클룩 협약 등을 언급하며 해외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사이 아고다 협약과 관광택시 확대까지 이어진 것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올해 강원 관광의 핵심 과제로 두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특히 자유여행객은 스스로 숙소를 고르고 이동 수단을 찾으며,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비중이 높다. 결국 아고다와 관광택시를 함께 붙인 이번 행보는 ‘어떻게 더 많이 오게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더 편하게 머물게 할 것인가’에 가까운 전략이다.
강원 여행은 늘 풍경이 강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승부는 풍경만으로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예약이 쉬워야 하고, 이동이 편해야 하며, 도착한 뒤의 동선이 매끄러워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아고다와 손잡고 원주 외국인 관광택시까지 출범시킨 것은 그 현실을 정확히 읽은 결과로 보인다. 산과 바다를 가진 곳은 많아도, 세계 여행자의 손안 앱과 지역 현장의 서비스가 동시에 맞물리는 곳은 많지 않다. 강원은 지금 그 접점을 만들고 있다. 올해 강원 여행의 진짜 변화는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에 닿는 방식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