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그 콘텐츠를 팔리게 만드는 일은 다르다. 아이디어와 제작력만으로는 시장에 닿기 어렵고, 결국 마지막 승부는 마케팅에서 갈린다.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하는 경남콘텐츠코리아랩이 ‘2026 콘텐츠 마케팅 지원사업’ 참여 기업을 모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막 출발선에 선 지역 콘텐츠 기업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더 나은 작품만이 아니라,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경남의 예비 창업자와 창업 3년 이내 초기 콘텐츠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공고일은 3월 13일이며, 접수는 3월 19일부터 4월 3일까지 e나라도움 시스템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지원 규모는 올해 더 커졌다. 총 13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인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기업별 지원금도 최소 7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책정됐다. 참여 문턱은 낮추고, 실질적인 마케팅 실행력은 높이겠다는 방향이 선명하다.
지원 분야도 현실적이다. 온라인 유통 판로 개척, 국내외 전시회 참가, 홍보 영상 제작, 매체 광고, 홍보물 제작, 지식재산권 등록까지 포함된다. 한마디로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실제 매출로 연결할 것인가”에 필요한 거의 전 과정을 돕는 구조다. 초기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하나를 잘 만드는 것보다, 그다음 단계인 유통과 홍보에서 훨씬 쉽게 막히기 마련인데, 이번 사업은 바로 그 병목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이 사업이 더 눈에 띄는 까닭은 경남콘텐츠코리아랩이 올해 마케팅 지원만 따로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창업과 고도화, 입주 지원 등과 함께 지역 콘텐츠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남콘텐츠코리아랩은 3월 들어 콘텐츠 고도화 지원사업, 상상무한대 아이디어 공모전, 입주기업 모집 등 여러 프로그램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출발한 기업이 입주와 제작, 고도화, 마케팅으로 이어지며 성장 발판을 넓혀갈 수 있도록 틀을 짜고 있는 셈이다. 이번 마케팅 지원사업은 그 가운데서도 시장 진입의 마지막 관문을 떠받치는 성격이 강하다.
지역 콘텐츠 산업에서 이 단계는 특히 중요하다. 수도권 기업은 유통 채널과 투자자, 전시 기회에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지만, 지방의 초기 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세상에 알리는 데 더 큰 비용과 시간을 써야 한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마케팅 역량을 기업 성장의 핵심 요소로 짚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은 작품성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누가 먼저 보게 하느냐, 어디에서 팔리게 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게 하느냐가 결국 생존을 가른다.
경남은 제조업 기반이 강한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웹툰·영상·캐릭터·디자인·로컬 스토리텔링 같은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꾸준히 키워왔다. 경남콘텐츠코리아랩이 별도 공간 운영과 창업 지원, 사업화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단순히 창업 숫자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매출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다. 이번 사업에서 전시회 참가와 광고, 지식재산권 등록 같은 항목을 함께 묶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보여주는 일과 지키는 일, 파는 일을 동시에 챙겨야 기업이 오래 간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신청을 고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올해가 꽤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지원 규모가 커졌고, 모집 기업 수도 늘었다. 무엇보다 ‘초기 기업’에게 필요한 영역을 비교적 넓게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홍보 영상을 만들고 싶어도 비용이 부담됐던 곳, 국내외 전시회에 나가고 싶어도 실행 자원이 부족했던 곳, 온라인 판매와 브랜딩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싶었던 기업에게는 이번 공모가 실질적인 발판이 될 수 있다. 자세한 안내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경남콘텐츠코리아랩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콘텐츠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좋은 작품’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소비자에게 닿고, 시장에서 팔리고, 다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수익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경남콘텐츠코리아랩의 이번 마케팅 지원사업은 바로 그 현실적인 고비를 넘기기 위한 사업에 가깝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통로가 없었던 기업, 기술은 있는데 이름을 알릴 기회가 부족했던 기업이라면 지금이 움직일 때다. 콘텐츠의 성패는 제작실 안이 아니라, 시장에 나가는 마지막 한 걸음에서 갈릴 때가 많다. 경남이 그 한 걸음을 밀어주겠다고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