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시흥의 바닷길이 조금 낯선 얼굴로 다시 열렸다. 탁 트인 시화호와 서해 바람을 맞으며 달리던 시화방조제 자전거길 위에, এবার은 태양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지붕이 얹혔다. 시흥시는 3월 16일 시화방조제 자전거길에서 ‘경기 햇빛 자전거길 1호’ 준공식을 열었다. 자전거길 위 유휴공간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그 아래에는 시민이 쉬고 머무를 수 있는 편의시설과 경관 요소를 더한 사업이다. 바다를 보며 달리던 길이 이제는 에너지를 체감하는 길로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에 조성된 구간은 시흥시 정왕동 일대, 오이도 인근 시화방조제 자전거길 약 0.8㎞다. 설치 용량은 761.6kW 규모로, 연간 약 100만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약 3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추산된다. 사업에는 약 17억원 규모의 민간 자본이 투입됐고, 발전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이익공유 모델도 도입됐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면서도 시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라는 점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지 숫자만이 아니다. 기존 태양광 시설이 대체로 기능 중심이었다면, 이곳은 시화호의 물결과 갈매기 비상을 형상화한 웨이브형 디자인을 입혔다. LED 경관조명도 함께 적용해 낮에는 바다와 하늘에 어울리고, 해 질 무렵에는 또 다른 표정을 만들도록 설계됐다. 태양광 패널이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풍경이 되도록 공들인 셈이다. 시화방조제가 원래도 노을과 바닷바람으로 기억되는 길이었다면, 이제는 그 위에 에너지 전환의 상징까지 포개진다.
이 길의 매력은 본래부터 분명했다. 시화방조제는 시흥과 안산, 대부도를 잇는 대표적인 바닷길이고, 차도와 구분된 자전거도로 덕분에 초보자도 비교적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바다와 호수를 동시에 볼 수 있어, 수도권에서 짧게 떠나는 라이딩 코스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특히 해 질 무렵 달전망대와 시화나래휴게소 일대 풍경은 이미 잘 알려진 포인트다. 이번 햇빛 자전거길 조성은 그 익숙한 코스에 새로운 이유 하나를 더한 셈이다.
시민 편의시설도 함께 달라졌다. 구간 안에는 쉼터와 자전거 거치대, 공기주입기, 경관조명, CCTV 등이 설치됐다. 단순히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잠시 멈춰 바다를 보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을 넓힌 것이다. 태양광이 만들어내는 그늘 아래서 쉬고, 밤에는 조명이 켜진 길을 따라 걷거나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다. 재생에너지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이 몸으로 느끼는 편리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길이 보여준다.
이번 사업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주관하고, 공공기관들과 민간 발전사가 함께한 협력 방식으로 추진됐다. 시흥시는 행정 지원과 함께 시화호 경관을 반영한 디자인 개발, 시민 체감형 에너지전환 모델 구축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와 시흥시가 오래 이야기해 온 기후정책과 친환경 이동, 시화호권 관광 활성화가 한 지점에서 만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시흥시가 시화방조제 자전거도로 정비와 자전거 라이딩 관광 프로그램을 이어온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조성은 단발성 시설 설치보다 더 긴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자전거길은 원래 지나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어떤 길은 풍경 때문에 기억되고, 어떤 길은 그곳이 품은 생각 때문에 오래 남는다. 시화방조제의 새 자전거길은 두 가지를 함께 노리고 있다. 바다를 보며 달리는 시원한 해방감과, 그 길 위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말해주는 미래의 감각이 한데 놓인다. 관광지와 인프라, 풍경과 정책이 멀지 않게 겹쳐지는 장면이다.
시흥의 바다는 늘 열려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바다를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페달을 밟으면 풍경만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태양빛이 전기가 되고 그 수익이 다시 시민의 편의로 돌아오는 구조까지 함께 지나간다. 시화방조제 자전거길은 이제 단순한 라이딩 코스가 아니라, 바다와 에너지, 쉼과 이동이 겹쳐진 새로운 생활 풍경이 됐다. 수도권에서 가장 시원한 자전거길 가운데 하나가, 이번에는 가장 미래적인 길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