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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순천의 밤, 모차르트로 갈라진다

시립합창단 102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의 빛과 어둠’

웃음과 비애, 오페라와 진혼곡이 한 무대에 선다

문소지 기자
순천의 밤, 모차르트로 갈라진다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봄 저녁의 순천이 이번에는 꽃이 아니라 음악으로 열린다. 3월 19일 오후 7시 30분, 순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순천시립합창단 제102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의 빛과 어둠’이 열린다. 제목부터 선명하다. 한쪽에는 경쾌하고 눈부신 선율이, 다른 한쪽에는 삶의 끝을 응시하는 깊고 장엄한 울림이 놓인다. 익숙한 모차르트를 한 번에 다시 듣게 만드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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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립합창단, 제102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의 빛과 어둠」 개최(제공=순천시)

 

이번 공연은 순천시립합창단이 고전부터 현대까지 합창 명작을 차례로 선보이겠다는 시리즈의 첫 출발점이다. 2026년이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이라는 점도 무대의 의미를 더한다. 잘 알려진 천재 작곡가의 이름을 기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음악 안에 공존하는 밝음과 어둠을 한 저녁의 흐름으로 묶어낸다는 점에서 기획의 결이 또렷하다. 잘 아는 음악도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올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1부는 ‘모차르트의 빛’이다.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에서 발췌한 곡들이 이어진다. 밝고 재치 있고 때로는 장난스럽기까지 한 모차르트 특유의 생기가 무대를 채운다. 사랑과 오해, 유혹과 웃음이 오가는 오페라의 세계는 봄밤 공연과도 잘 어울린다. 합창이 중심을 잡고 솔로와 중창이 리듬을 바꾸며 이어지는 구성이라,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비교적 편하게 빠져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무대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걸작으로 꼽히는 ‘레퀴엠’으로 넘어간다. 생의 끝자락에서 남겨진 음악답게 이 작품은 늘 죽음과 구원, 두려움과 평안을 함께 품고 읽힌다. 순천시립합창단은 이 장엄한 곡을 통해 ‘모차르트의 어둠’을 정면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밝음이 있어 더 깊어지는 어둠, 경쾌한 전반부를 지나 도착하는 후반부의 무게가 이날 공연의 인상을 오래 남길 듯하다.

 

무대를 받치는 얼굴들도 든든하다. 소프라노 강혜정,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김효종, 바리톤 우경식이 협연하고, 합창 전문 연주단체 라퓨즈 필하모닉이 함께한다. 출연진의 밀도만 놓고 봐도 지역 공연이라고 가볍게 지나치기 어렵다. 공연 시간은 약 90분, 관람 연령은 만 6세 이상이다. 티켓은 R석 1만원, S석 6000원으로 책정됐다. 봄밤, 큰 부담 없이 수준 있는 합창 공연을 만날 기회라는 점에서도 반갑다.

 

순천의 문화 일정은 대개 자연과 정원, 계절 풍경 쪽으로 먼저 주목받지만, 이런 무대는 도시의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순천만국가정원이 낮의 얼굴이라면, 문화예술회관의 공연은 저녁의 표정에 가깝다. 관광객에게도 그렇다. 낮에는 정원과 습지를 걷고, 저녁에는 공연장에 앉아 도시의 문화적 호흡을 느끼는 일정이 가능해진다. 여행이 명소만 훑는 일이 아니라 한 도시의 시간을 입체적으로 만나는 일이라면, 이런 공연은 충분히 목적지가 될 수 있다.


모차르트는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낡게 들릴 때가 있다. 그러나 밝음과 어둠이라는 두 얼굴로 다시 꺼내 놓으면, 그의 음악은 여전히 지금의 감정에 닿는다. 웃다가도 금세 숙연해지고, 경쾌한 선율 뒤에 오래 남는 그림자를 보게 되는 경험. 순천시립합창단의 이번 공연은 그 오래된 음악을 새 봄의 공기 속으로 다시 데려오는 무대가 될 듯하다. 3월의 순천은 꽃만 피는 것이 아니라, 저녁이 되면 모차르트도 깊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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