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순천의 봄이 이번에는 바다가 데려온 손님으로 더 분주해졌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국제 크루즈 ‘아도라 매직시티호’가 3월 15일 여수엑스포항에 입항했고, 이 가운데 중국 관광객 212명이 순천을 찾아 국가정원과 습지, 전통마을을 돌아봤다. 정원과 생태, 역사마을을 한 번에 엮는 순천식 여행 동선이 해외 단체관광객에게도 통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장면이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경유가 아니었다. 순천시는 민간업체와 손잡고 크루즈 관광객 유치 활동을 벌여 왔고, 그 결과 여수로 들어온 승객 가운데 일부를 순천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중국 크루즈 관광객 370여명이 순천을 찾은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여수항 크루즈 입항에 맞춰 순천이 현장 마케팅을 펼친 바 있어 외국인 크루즈 관광의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순천이 크루즈 기항지 주변의 ‘들르는 도시’가 아니라 따로 시간을 내 찾는 목적지로 자리를 넓혀 가는 셈이다.
관광객들이 둘러본 코스는 순천의 얼굴을 고르게 보여준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계절이 막 올라오는 봄 정원의 결을 만났고, 순천만습지에서는 철새와 갈대가 어우러진 남도의 생태 풍경을 체감했다. 낙안읍성에 이르러서는 초가와 돌담, 옛 생활문화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의 시간을 경험했다. 정원 하나, 습지 하나로 끝나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도시, 전통이 한 동선 안에서 이어지는 점이 순천 관광의 힘으로 읽힌다.
특히 순천만국가정원은 봄철에 더 강하다. 공식 누리집에는 3월 들어 국가정원과 습지 일원에서 계절 프로그램과 탐조·치유 행사가 이어진 것으로 소개돼 있고, 최근 순천 관광 홍보물에서도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봄철 수요가 집중되는 대표 축으로 제시된다. 이미 잘 알려진 장소이지만, 크루즈 관광객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한국적인 자연도시’를 압축해 보여주는 코스로 기능한다. 넓은 정원, 세계적 습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이 한 도시 안에 붙어 있다는 점은 외국인 단체여행에서 분명한 경쟁력이다.
경제적 파급도 가볍지 않다. 이번에 순천을 찾은 해외 단체 관람객들은 국가정원 안과 낙안읍성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고 특산물을 구매했다. 크루즈 관광은 체류 시간이 짧더라도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지역 상권에 즉각적인 온기를 준다. 순천시가 해외 관광 네트워크 확대와 체험형 콘텐츠 강화를 함께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이 오는 것 못지않게, 와서 먹고 사고 다음 방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배경도 나쁘지 않다. 여수엑스포항은 올해 국제 크루즈 입항이 이어질 예정이고, 순천 관련 보도에서는 4월과 5월에도 대규모 크루즈 관광객의 추가 방문이 예고됐다. 여수로 들어오는 바닷길과 순천의 생태·정원 관광이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3월 15일 여수항에 입항한 아도라 매직시티호는 13만톤급 대형 크루즈로, 여수 지역에도 수천명의 중국 관광객을 내려놓았다. 그 거대한 이동 흐름 속에서 순천이 일정 비율의 방문객을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크루즈 연계 관광은 올해 남해안 관광의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순천이 ‘육로 중심 관광도시’에서 ‘항만 연계 광역관광도시’로 확장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순천의 강점은 분명하다. 도시가 가진 자원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정원은 화려하고, 습지는 깊고, 읍성은 오래됐다. 하루 일정 안에서 서로 다른 감각을 건너갈 수 있다. 해외 단체관광객에게는 이 점이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 사진 찍기 좋은 곳, 이야기가 있는 곳,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 한 번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순천이 이번 크루즈 방문을 계기로 글로벌 관광도시 도약을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관건은 한 번의 방문을 반복 방문으로 바꾸는 일이다.
봄의 순천은 본래도 강한 도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봄이 바다를 타고 들어왔다. 여수엑스포항에 닿은 국제 크루즈가 순천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면서, 국가정원과 습지, 낙안읍성은 남도의 명소를 넘어 국제 관광의 시험대에 올랐다. 순천이 보여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잘 꾸민 도시보다 오래 기억되는 도시는, 결국 자연과 이야기가 함께 남는 곳이라는 것. 크루즈가 한 번 멈춘 자리에 다음 배가 다시 닿을 수 있다면, 순천의 봄은 올해 더 멀리 번질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