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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서 만나는 봄, 순천만국가정원 다시 뜬다

동천 따라 왕복 5㎞ ‘정원드림호’ 운항 재개

걷는 정원에서 타는 정원으로, 순천의 봄이 한층 깊어졌다

김보라 기자
물 위에서 만나는 봄, 순천만국가정원 다시 뜬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순천의 봄은 꽃보다 먼저 물길에서 시작된다. 정원을 한 바퀴 걷는 대신 배에 올라 천천히 시선을 미끄러뜨리면, 익숙한 풍경도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지난 13일부터 동천 물길을 따라 달리는 ‘정원드림호’ 운항을 다시 시작했다. 겨울 멈춤 뒤 4개월 만의 재개다. 봄빛이 번지는 정원을 가장 느리게, 그리고 가장 가까이 만나는 길이 다시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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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 호수정원에서 출발하는 정원드림호의 모습(제공=순천시)

 

정원드림호는 국가정원 호수정원에서 출발해 동천을 따라 왕복 약 5㎞를 오간다. 배 위에 머무는 시간은 약 40분. 발아래 물결이 흔들리고, 눈앞으로는 연둣빛으로 깨어나는 정원이 흐르듯 지나간다. 걸을 때는 놓치기 쉬운 수면의 반짝임과 강변의 결, 나무와 하늘이 한 장면으로 겹쳐지는 순간이 이 짧지 않은 항해 안에 담긴다. 순천만국가정원 누리집은 정원드림호를 정원과 도심을 잇는 연결고리로 소개하고 있다.

 

이 체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배를 탄다는 데 있지 않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원래도 천천히 걷는 장소였지만, 정원드림호는 그 ‘천천함’을 물 위로 옮겨놓는다. 강바람을 맞으며 정원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뱃놀이에 가깝기보다 정원 감상의 결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순천이 정원을 보는 도시에서, 정원을 여러 방식으로 누리는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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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브릿지를 배경으로 운항중인 정원드림호(제공=순천시)

 

정원드림호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본격 운영되며 국가정원의 대표 체험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정원 내부를 걷는 관람과는 또 다른 동선을 만들었고, 국가정원과 동천, 도심의 관계를 다시 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정원이 울타리 안 풍경에 머물지 않고 도시의 물길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배 위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시기도 좋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이달 들어 튤립 개화를 시작으로 봄 손님맞이에 들어갔고, 3월부터 4월 사이에는 구근식물과 봄꽃들이 차례로 피며 정원 전역의 표정을 바꿔간다. 최근 순천시는 튤립을 시작으로 100만 송이 안팎의 봄꽃이 순차 개화하고, 3월 한 달 릴레이 꽃 풍경이 이어진다고 알렸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정원은 땅 위에서 보는 꽃밭과 또 다르다. 화사함보다 먼저 계절이 움직이는 기척이 보인다.

 

이용 방법도 어렵지 않다. 정원드림호는 사전 예약 없이 현장 발권으로 탑승할 수 있고, 성인 요금은 1만원이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동절기인 12월부터 3월까지는 운항을 쉬며, 올해 재개 이후에는 계절별 운영시간표에 따라 운행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10월부터 6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입장 마감은 오후 7시다. 정원 나들이와 드림호 탑승 시간을 함께 맞춰 움직이면 훨씬 여유로운 하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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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드림호가 동천변을 따라 운항하고 있다(제공=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원래도 꽃과 나무가 많았다. 그런데 정원드림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풍경은 비로소 입체가 된다. 강변을 스치는 바람, 물결 위에 비치는 정원의 그림자,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수목의 선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순천의 봄은 ‘보는 것’에서 ‘머무는 것’으로 바뀐다. 여행자는 그 안에서 잠깐 관람객이 아니라, 계절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승객이 된다.


순천의 봄을 기억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올해는 정원드림호가 그 답 가운데 하나가 될 듯하다. 꽃길을 걷는 일도 좋지만, 물길 위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는 시간은 좀 더 오래 남는다. 봄은 늘 같은 자리에서 오는 듯 보이지만,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계절이 된다. 순천만국가정원의 봄이 다시 출항했다. 이번에는 걸어서가 아니라, 천천히 떠가며 만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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