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눈앞의 풍경이 아니라, 머리 위의 빛이 사람을 멈춰 세우는 공간이 있다. 인스부르크 성야곱 대성당 내부가 그랬다. 한 번 올려다본 시선은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둥근 돔 아래로 쏟아지는 빛, 분홍빛 대리석 기둥, 금빛 제단, 그리고 그 앞에 선 사람들의 작은 뒷모습까지. 여행자는 그 순간 관광객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시간의 증인이 된다. 화려함은 먼저 눈을 사로잡지만, 끝내 마음에 남는 것은 그 화려함 속에 스며 있는 침묵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규모가 아니라 높이였다. 인간이 세운 건축물이 하늘을 향해 얼마나 간절히 손을 뻗을 수 있는지, 이 공간은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크 양식 특유의 곡선과 장식은 넘치도록 화려했지만, 이상하게도 어지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장된 아름다움은 인간의 연약함을 감추기보다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제단 앞에 선 사람들은 한없이 작았고, 그 작음이야말로 이 성당이 품은 진짜 크기였다.
성야곱 대성당은 오랜 세월 인스부르크의 중심에서 신앙과 역사를 함께 견뎌온 공간이다. 수많은 전쟁과 겨울, 제국의 흥망과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이곳을 스쳐 갔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 속 풍경은 말해준다. 역사는 돌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올려다본 시선 속에 남는다고. 누군가는 이곳에서 용서를 빌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상실을 견디기 위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나처럼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자기 삶의 속도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여행은 종종 바깥으로 떠나는 일처럼 보이지만, 어떤 장소는 끝내 사람을 자기 안쪽으로 데려간다. 인스부르크 성야곱 대성당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화려한 프레스코화와 황금빛 장식은 눈부셨지만, 오래 남은 것은 그 아래 흐르던 고요였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알게 됐다. 사람은 웅장한 공간 앞에서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마음의 깊이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보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어떤 성당은 건물이 아니라, 한 편의 긴 여운으로 기억된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천장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0782fd3a-f943-483b-8a3b-2e97e6ac7deb/00-legacy-cover-1366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