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위에서 내려다본 순간 잠시 눈을 의심했다. 초록 나무로 만든 거대한 미로가 알프스 산자락 아래 조용히 숨겨져 있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월드의 미로공원. 멀리서 보면 하나의 정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길이 사라지는 공간이다.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사람은 자연스럽게 길을 찾는 여행자가 된다.
높은 곳에서 보면 미로는 하나의 패턴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초록 담장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고, 그 사이로 보이지 않는 길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무 벽이 시야를 가리고 방향 감각이 흐려진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게 된다.
미로는 사람을 천천히 걷게 만든다.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작은 긴장 때문일까. 아니면 눈앞에 보이는 길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초록 벽 사이의 좁은 길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책에서 보던 미로 그림이 떠올랐다. 연필로 길을 찾던 그 순간처럼 마음도 조금 느려졌다.
멀리 알프스 숲과 마을이 조용히 풍경을 감싸고 있었다. 산과 들, 그리고 작은 집들이 이어지는 풍경 속에서 이 미로공원은 하나의 초록 조각처럼 놓여 있었다. 자연 속에 만들어진 인공의 길이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의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여행도 미로와 닮았다. 처음에는 길이 분명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방향을 잃는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길을 발견한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길이 사라졌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458f4461-3dcf-4bab-8ab8-def297c8f501/00-legacy-cover-1366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