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케이블카 문이 닫히자, 풍경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아래로는 청풍호가 천천히 몸을 풀 듯 길게 펼쳐지고, 창밖의 산은 말없이 가까워졌다. 제천 청풍호반케이블카는 단순히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길이 아니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발을 떼어내, 호수와 산과 하늘이 한 장의 그림처럼 포개지는 순간 속으로 스며드는 짧고도 선명한 여정이었다.
출발지에서 올려다본 산은 아직 멀고 단정했다. 그러나 캐빈이 조금씩 고도를 높일수록 능선은 다른 얼굴을 드러냈고, 물빛은 더 깊어졌다. 붉은 케이블카가 산과 물 사이를 가르며 나아가는 동안, 시선도 함께 멀리 열렸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과 들판, 호숫가를 따라 누운 듯 이어지는 산줄기는 제천이라는 이름 안에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은 풍경이 숨어 있음을 조용히 일깨웠다.
정상에 도착해 옥순봉을 알리는 기둥 앞에 서는 순간, 이 여정의 이유는 분명해졌다. 청풍호반은 굽이굽이 물길을 열어 보이며 왜 이곳이 내륙의 다도해라 불리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 사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악어섬이다. 물 위에 몸을 낮춘 형상이 너무도 또렷해 이름을 알고 보면 더욱 신기하고, 모르고 바라봐도 한참 동안 눈을 떼기 어렵다. 자연이 우연처럼 빚어낸 이 낯익고도 낯선 모양 앞에서 사람은 말보다 침묵에 가까워진다.
높은 곳에 오르면 세상이 더 크게 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천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더 깊어졌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고, 호수는 아무 말 없이 빛을 받아 안는다. 그 고요 앞에 서 있으면 풍경을 본다기보다 내 안에 오래 가라앉아 있던 생각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청풍호반케이블카 여행은 그래서 올라가는 시간이 아니라, 정상에서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추게 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눈앞의 절경은 사라져도, 그날의 물빛과 침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문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정상에 서자 악어섬이 나타났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63c30339-23cb-446a-a41f-3635932e170c/00-legacy-cover-1366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