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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해를 삼킨 원, 구봉도의 저녁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해를 삼킨 원, 구봉도의 저녁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해가 지는 풍경은 많다. 그러나 해가 조형물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한 장의 기적처럼 멈추는 순간은 흔치 않다. 안산 구봉도의 저녁은 바로 그 드문 장면으로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해의 붉은 숨결과 금빛 구조물이 겹쳐지는 찰나,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게 되는 한 편의 사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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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구봉도 낙조전망대의 일몰 풍경(사진=최치선 기자)

 

안산 구봉도 낙조전망대에 서면, 저녁은 천천히 오지 않는다. 어느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들고, 바다는 그 빛을 가만히 받아 안으며 하루의 끝을 넓게 펼쳐 보인다. 사진 속 조형물은 단지 전망대의 상징이 아니라, 지는 해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틀이다. 둥근 원의 중심에 해가 걸리는 순간, 사람은 저녁을 본다기보다 시간의 심장을 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금속의 차가운 질감 위로 노을의 온기가 번지고, 주황과 분홍이 포개진 하늘은 말보다 깊은 감정을 남긴다.

 

구봉도의 낙조가 특별한 까닭은 장엄함보다 고요함에 있다. 이곳의 저녁은 소리 높여 감탄하게 하기보다, 오래 침묵하게 만든다. 수평선은 끝없이 평평하고, 바다는 서두르지 않으며, 해는 마지막까지 제 빛을 다 쏟아낸 뒤 천천히 물러난다. 그 짧은 시간 앞에서 사람은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마음, 붙잡고 있던 근심, 다 전하지 못한 말들이 저 붉은 빛 아래에서는 조금씩 순해진다. 해가 지는 일이 끝이 아니라 하루를 가장 아름답게 정리하는 방식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이런 풍경 앞에 설 때마다 삶을 생각한다. 가장 찬란한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리의 시간과 닮았기 때문이다. 안산 구봉도의 저녁은 눈으로만 보는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와 오래 머무는 위로다. 해는 바다로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그 뒤에 더 환해진다. 그래서 이 낙조는 단순한 명소의 저녁이 아니라, 하루를 견딘 이들에게 남겨지는 깊고 따뜻한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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